희망을 전하는 기타리스트, 김지희

“장애 극복하고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로 성장 가족의 사랑이 숨겨진 재능 찾는 기적 이뤄”

김 판 용-시인·지사중 교장
김 판 용-시인·지사중 교장

비가 내리는 엊그제 우리 지사에 특별한 이벤트가 열렸었다. 지사의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서로 협력해 농촌 작은 학교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공연의 기회를 가진 것이다. 이런 이벤트가 가능했던 건 우리 지사중학교가 올해 교육부로부터 예술드림거점학교 선정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소규모 학교에서 불가능한 예술 활동들을 인근 학교와 연계해 운영하라는 취지에 맞게 지사초등학교와 함께 하기로 했는데 그 첫 번째 행사로 희망을 전하는 기타리스트 김지희 씨를 초청해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열었다.
행사는 지사중학교가 제안했다. 중학교만으로는 학생도 적고 장소도 열악해 제대로 된 공연이 이뤄질 수 없으니 초등학생도 함께 하며, 초등학교의 공연장을 활용하자는 의도였다. 이렇게 뜻이 맞아 두 학교는 교육과정을 조정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장애인식 교육을 감동적인 프로그램으로 채워보자는데 서로 동의한 것이다. 그래서 마련된 행사는 빗속에서도 뜨거웠다.
이제 게스트 김지희 씨에 대해 이야기해야겠다. 지희 씨는 지적장애 2급이라는 상황을 극복하고 장애인예술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이다. 비록 인지적 장애와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기타만 잡으면 수많은 대중 앞에서 흔들림 없이 연주를 소화한다. 이미 국내외 400회가 넘는 공연을 가졌고, KBS아침마당 등 방송에도 다수 출연한 유명인이다. 장애를 극복한 이런 노력으로 ‘도전 한국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뿐이 아니다. 가을이면 그녀를 다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 멀리>가 3년여의 제작 기간을 거쳐 개봉된다. 이미 최고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연은 물론,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폐막식 독주, 2018평창동계문화패럴림픽 개막 축제에서는 KBS교향악단과 협연으로 전세계인을 감동시켰다. 또 혈액암환자돕기 기적콘서트에 세 차례나 초대 받아 미국에서 공연도 한 바 있으며, 현재 한국장애인문화협회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지면이 좁아 그 행적을 다 적을 수 없으나 김지희 씨의 이력이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장애인이라고 미리 단정하고 한계를 짓기보다 그 안에 숨겨진 재능을 찾아낸다면 지희 씨처럼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희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그림만 그렸다고 한다. 그때의 꿈은 화가였다. 그러다가 사회성이 없어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딸이 안타까워 어느 날 아빠가 선물한 기타를 만나면서부터 인생이 바뀌었다. 기타만 잡으면 밤을 새울 정도로 몰입했다고 한다. 밤중에 아파트에서 옆집으로 소리가 새어 나갈까봐 화장지를 현 밑에 넣고 연습을 했다고 한다. 친구도 없고,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지만 기타만 잡으면 즐겁고 행복했다. 그 자체가 희망이었고, 지금은 그 연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또 하나 있다. 가족들의 노력이 기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김지희 씨의 오늘은 헌신적인 어머니 이순도 여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녀는 딸이 설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공연료도 적고,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위험한 길이지만 딸이 연주할 수 무대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말수가 적은 딸을 대신해 스토리텔링 콘서트도 직접 진행한다. 어머니는 딸의 매니저이자, 프로듀서이다. 또 현장에서는 음향을 조정하는 엔지니어이자, 연주의 컨디션을 잡아주는 코치이기도 하다.
보통의 부모는 자녀의 장애를 감춘다. 드러내지 않으니 숨겨진 재능을 찾을 길이 없다. 지적 장애를 지녔다하더라도 지희 씨처럼 어느 한 쪽으로 천재성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장애를 가진 자녀는 부모의 더 많은 사랑을 필요로 한다. 엄마가 딸의 상황을 숨겼다면 기타리스트 김지희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딸이 조금만 잘해도 푼수처럼 자랑했고, 또 어려움에 봉착하면 그걸 이겨내기 위해 함께 노력했던 엄마의 힘이 기적을 만든 것이다.
기타리스트 김지희 씨의 무대는 농촌 작은 학교 학생들에게도 희망을 안겼을 것이다. 도시에 비해 문화적인 결핍을 겪고, 가정 형편마저 상대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장애를 극복하며 도전하는 모습에서 느낀 바가 컸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번 공연을 계기로 농촌 작은 학교들이 서로 협력하면 새로운 교육 모형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줬다. 그런 의미에서 김지희 씨 이번 공연은 희망을 심는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