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의고장,김제이야기](44)현충일과 몇 개의 단상
[지평선의고장,김제이야기](44)현충일과 몇 개의 단상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6.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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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顯忠日)은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친 모든 선열의 넋을 기리는 날’이다.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한국전쟁을 통해 40만 명 이상의 국군이 희생되었다. 1953년 휴전 성립 후, 1956년 4월 정부는 매년 6월 6일을 현충기념일로 지정하여 순국선열에 대한 추념행사를 시행한다. 
국가 주관으로 대통령이하 정부요인들 참석하는 추념식을 시행하고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다. 그리고 오전 10시 사이렌에 맞추어 묵념하며 관공서, 단체, 시민들은 조기 게양을 통해 추모의 마음을 함께한다. 문득 현충일인 오늘 인상적인 여행의 기억이 떠오른다. 

2006년 2017년 짧게 러시아를 여행했다. 모스크바와 쌍뜨페테르브르그,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 여행에서 굉장히 인상깊었던 점 중 하나는 러시아인들의 호국영령을 기리는 생생한 오늘의 모습이었다. 모스크바와 쌍뜨의 서부로부터 블라디보스톡과 하바롭스크의 극동에 이르기까지 순국선열에 대한 그들의 추모는 매우 일상적인 것이었다. 
모스크바 중심에 위치한 ‘무명용사의 묘’와 일년 365일 꺼지지 않는 추념의 불꽃은 호국영령에 대한 추념공간이다. 러시아인들은 일상으로 그 곳을 찾아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이름 모를 영웅들에게 헌화하며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러시아 신혼부부들이 결혼식을 올리고 참배와 헌화, 기념촬영하는 기념공간으로 이어진다.  
‘당신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있다. 잊지 않겠다. 그리고 우리도 그리하겠다.’ 등의 의식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러다보니 러시아인들의 존경과 추모의 장소인 무명용사의 묘는 어느새 외국인들도 가장 많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추념은 일상을 넘어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그 장면의 목도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기억 한 자락을 접고 다시 돌아온다. 김제 성산(41m)은 김제 시내에서 가장 높은 지대로 성산의 동쪽 사면으로 김제향교가 그리고 동쪽으로 약200미터 지점에 김제 관아가 위치하여 조선읍치의 전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에는 그 정상에 김제신사(1926년)가 건립되어 내선일체의 일본혼을 이식하고자 맹렬했던 장소이다. 
광복 이후 김제신사는 헐리고 그 아래 지대에 1960년 3월, 김제지역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충혼비가 건립되었고 국가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로 지정, 해마다 현충일 추념식이 거행되고 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2014년까지 충혼비 앞에 세심(洗心 : 마음을 깨끗하게 함)이라 명기된 일본신도의 신사유구 수세발(手洗鉢)이 설치돼 있었다. 
수세발은 신사 참배 전에 손을 씻는 수조이다. 문제의 수세발은 선명한 기억을 위해 폐기하지 않고 현재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에 이관하였다. 광복 후 69년이라는 시간을 일제강점의 흔적이 순국선열의 추념공간에 공존했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식민의 흔적은 오늘도 우리 안에 엄존한다. 할 일이 많다.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학예연구사 정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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