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門)과 문(問)
문(門)과 문(問)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6.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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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산에서 일어난 일이다. 부모님이 물려 준 집에서 남매가 함께 살았는데 백골이 된 오빠를 일 년 만에 옆방에서 발견했다. 남매는 20m가량 떨어진 채 수십 년간 방을 나눠서 살아왔다. 15~16년 전부터 집을 나가 떠돌이 생활을 하던 오빠가 거의 집에 들어오지 않아 서로 왕래가 없었다. 여동생은 “3년 전엔가 오빠를 한번 봤다”고 한다. 늘 방문이 닫혀있어 여동생은 오빠의 사망 사실을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고독사 사건이다.
고독사는 가족·이웃·친구 간 왕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살던 사람이 사망한 후 통상 삼일 이상 방치되었다가 발견한 경우를 말한다. 이 사건이 흔한 고독사와 다른 것은 지척에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이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죽음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Elizabeth Kubler Ross)는 인간의 성품을 네 영역으로 밝힌 바 있다. 육체적, 정신적, 지적, 감정적인 영역이다. 이 네 가지가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인간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퀴블러 로스는 지금까지 우리는 육체적인 측면에만 너무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고 다른 영역은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의 삶을 분류하자면 인습적이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의 삶, 창조적인 삶, 평범한 삶이라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샌디에이고 정신분석연구의 느미로프(Nemiroff)와 칼라루소(Colarusso)는 중년기의 보편적인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늙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둘째,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 즉, 남은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셋째, 주위 사람들과 정적인 관계가 깊어지고 친해지기. 넷째, 자식들과의 관계가 달라짐을 받아들이기. 상하관계에서 자식의 성장을 인정해주고 동등함을 허용하며 자식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새로운 가족(며느리, 사위)을 받아들이기. 다섯째, 할아버지, 할머니 되기. 여섯째, 나이 들어 죽어가는 부모 돌보기. 일곱째, 직장에서 권력을 행사하기 혹은 포기하기. 여덟째, 우정을 쌓고 유지하기.
정신건강이란 위대하고 거창한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드(Freud)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사랑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흔히 ‘일’은 직업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오해한다. 돈을 번다는 것을 건강한 척도로 삼을 것이 아니다. ‘일’은 살아갈 ‘힘’을 내고,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것을 말한다. 웃음을 주고 너그러움과 여유를 주는 것. 닫힌 문을 두드려서 관심과 소통으로 변화하는 힘을 말한다.
최근 정신질환자들의 사건들이 이슈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치명적인 해를 가하기도 한다. 사이버 공간을 비롯해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질 유혹이 많은 세상이다. 자연을 비롯해서 사람끼리 친근함을 상실하면 아프게 된다. 인간성 회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내 마음의 닫힌 문을 두드려서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
/박정혜(심상시치료센터장, 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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