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남편 때문에 헤어진 딸, 46년 만에 찾아
무심한 남편 때문에 헤어진 딸, 46년 만에 찾아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9.06.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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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으로 헤어진 막내 딸 상봉
국내 입양 된 큰 딸 만나는 것 소원
/전북지방경찰청 제공

살면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올린 기도가 있다. “당장 죽어도 좋으니 두 딸을 만나게 해주세요.” 23살, 꽃다운 나이에 떠나보내야 했던 작은 딸을 만나기까지 걸린 햇수는 46년. 세월은 흘렀지만 엄마의 눈에 비친 딸의 모습은 갓난쟁이 그 때였다.
12일 오전 전북지방경찰청. 두 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딸을 보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엄마”라는 말조차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채 품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설움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얼굴 좀 보자.” 안으면 부서질까, 만지면 닳아 없어질까 딸의 얼굴을 쓰다듬는 손길조차 조심스러웠다.

서안식(69)씨에게 1973년은 행복과 절망이 공존하는 해다. 작은딸 조미선(47)씨가 태어난 해이자 두 딸과 헤어졌기 때문이다.
서씨는 작은 딸을 낳고 건강이 나빠져 남편 권유로 친정에서 산후 조리를 했다. 하지만 5개월간 몸조리를 마치고 다시 집을 찾았을 때 남편과 아이들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주변에 소식을 물어 겨우 남편을 찾았을 때는 첫째 딸 조화선(당시 2세)씨와 미선씨가 위탁기관으로 보내진 후였다. 당시 남편은 “당신이 죽을 줄 알았고,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었다”는 옹색한 변명을 했다.
그대로 남편과 별거 생활을 시작한 그는 두 딸의 오빠인 아들과 함께 지냈다. “동생들을 꼭 찾아주겠다”는 아들 말만 믿고 기다리길 수십 년. 무심한 하늘은 그의 품에서 아들마저 앗아갔다. “두 자식을 찾아 줄 테니 재결합을 하자”던 남편마저 소리 소문 없이 세상을 떠나자 서씨는 2017년 뒤늦게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만남은 쉽지 않았다. 단서라고는 “큰 딸은 익산, 둘째 딸은 해외로 입양됐다”는 남편의 말이 전부였다.
경찰은 두 딸이 맡겨졌던 전주영아원의 기록을 통해 1975년 미선씨가 미국 시애틀로 입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어 이름은 맬린 리터(Maelyn Ritter)였다.
쉽게 풀릴 줄 알았던 이들에게는 또 다른 난관이 다가왔다. 개인정보를 중시하는 미국 시스템 탓에 더 이상의 소재 확인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때 수사팀의 머릿속을 스친 건 SNS였다. 페이스북을 통해 시애틀에 거주하는 동명인을 찾은 이들은 메시지를 보내 입양 여부 등을 확인했고, 대화를 통해 미선씨임을 확신했다.
조씨 역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싶다”며 직접 한국을 방문했고, 지난달 15일 검사를 통해 ‘친자 관계가 일치한다’는 결과지를 받게 됐다.
막내딸을 품에 안은 서씨의 마지막 소원은 생사조차 알 수 없는 큰 딸 화선씨를 찾는 것이다.
서씨는 “한 평생 ‘자식 떠나보낸 죄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미선이를 찾아 그 짐을 조금 던 것 같다”면서 “‘빵 사주세요’라며 엄마를 부르던 큰 딸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화선이도 빨리 찾고 싶다”고 울먹였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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