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의고장,김제이야기](45)소, 농경문화의 우직한 동반자
[지평선의고장,김제이야기](45)소, 농경문화의 우직한 동반자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6.1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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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너머 성권농(成勸農)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 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 아해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鄭座首) 왔다 하여라. 시조 전체에 넘실대는 유쾌한 리듬감! 당대의 권력자인 송강 정철이 우계 성혼의 집에 소타고 술 마실을 갔을까마는, 꺼떡꺼떡 소 위에 올라타고 술 마실을 갈 법한 정철의 쾌활한 모습과 터벅터벅 우직한 소의 발걸음이 하나의 이미지를 이루어 매우 경쾌하다. 
소는 예로부터 농경문화의 상징이다. 매우 중요한 자산이자 노동력이라 소를 일컬어 ‘반살림’이나 ‘생구(生口)’라 하였다. 일반적으로 식구는 가족을 뜻하고 생구는 한집에 사는 하인이나 종을 말한다. 소를 생구라 부르는 것은 사람대접을 할 만큼 소를 존중하였다는 뜻으로, 농사에 있어서 소가 가지는 절대적 가치를 반영한다. 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우경(牛耕)이 본격화되자 소를 부려 논밭을 가는 쟁기, 흙덩이를 부수는 써래, 모심기 전 논 고르는 데 쓰는 나래 등, 소의 힘과 연동된 농기구들이 등장하였다. 소가 농업의 전면에 나서면서 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많은 면적에 대한 경작이 가능해졌다. 작업 능률과 인력 피로가 개선되었고, 축력에 의한 심경(深耕 : 깊은 갈이)으로 토양과 토질이 개선되어 생산력이 크게 증대되었다. 
그러니 농가에서는 소를 그야말로 ‘신주단지’ 위하듯 하였다. 지금으로 말하면 트렉터에 해당하는 소를 관리하기 위하여 많은 다양한 도구들이 파생되었다. 박물관 소장자료 중 소 관리도구를 살펴보자. 작두 ․ 여물바가지 ․ 쇠죽 쇠스랑 ․ 구유 등은 소를 먹이는 도구들이다. 농사철이 되어 밭갈이가 시작되면 낮에는 풀을 뜯기고 밤에 영양가있는 쇠죽을 먹여 더위를 피해 새벽에 부렸다. 
그리고 소의 발굽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기는 일종의 짚신인 소신(쇠신), 소 관리에 소용되는 소 방울, 일명 워낭, 소를 부릴 때에 소가 곡식이나 풀을 뜯어먹지 못하게 하려고 소의 주둥이에 씌우는 물건인 부리망(소 버거리), 추위를 막아주는 방한용 멍석인 덕석, 소털을 고르거나 이물질을 떼어내는 데 쓰는 소 빗 등이 있다. 
그 중 단연 압권은 ‘소돈’이다. 소돈은 ‘소삼신’이라고도 하는데 소의 건강과 다산을 기원하고, 재액을 막기 위해 외양간에 걸어두는 돌로 일종의 기원물이다. 아기의 출산과 성장을 주관하는 삼신이 있듯이 소에게도 소삼신이 있다고 여겼고 이것이 전반적인 소의 무탈을 비는 것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가 농가에서 가지는 중요성이 잘 드러나는 자료이다. 
처음 소는 각종 제사의 희생으로 쓰였다가 희생 후 점술용으로 이용되고 유력자의 저승길의 동반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 쓰임과 함께 소가 가진 축력이 농업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소는 인간문명 발전의 우직한 동반자이자 농경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지금은 시대변화와 함께 ‘소’가 연상시키는 단어가 ‘고기’와 ‘우유’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소는 향수 가득한 이름이다. 땡깡! 땡강! 멀리서 울리는 워낭소리! 이랴 끌끌끌끌 ~~~~ 소 부리는 소리!!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학예연구사 정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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