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의 역할을 다시 묻다
교장의 역할을 다시 묻다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6.17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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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쉽 갖춘 교장이 학교에 오도록 교장 연수 강화해야
스승의 표상이 될 만한 교장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겠다”
박 제 원-전주 완산고 교사
박 제 원-전주 완산고 교사

지난 12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2014년에 이어 다시금 '수업하는 교장'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다. "교장이 교육의 책임자라면 교육의 핵심은 수업"이라며 "수업을 직접 해보며 교사가 겪는 어려움, 학부모의 요구, 학생 관리 등을 알아야 한다" "최근 독일 출장을 다녀왔는데 독일에서는 교장이 주 8시간 수업을 하더라" 며 기자간담회를 했다.
교장의 수업을 둘러싼 논쟁은 경기도만의 사안이 아니다. 그동안 교육계에 잠재되었으며 여러 교육감은 말을 아끼고 있다. 그 파장이 큰 까닭이다. 교육법상으로 교장의 수업은 마땅한 소임이다. 초중등교육법 제 20조에는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되어있다. 즉 교장도 교사처럼 수업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겠다면 세세하게 봐야 한다. 초중등교육법은 교장의 법적 의무를 수업에 그치지 않고 교무통할, 교직원 지도·감독, 학생 교육으로 구분하여 역할을 명시한다. 교무통할은 학교업무에 대한 지휘 감독으로 교육과정과 행정업무를 포괄한다. 교직원 지도·감독은 교직원에 대한 인사 및 장학권한이다. 학생교육은 학생에 대한 수업과 평가권이다. 그동안 한국교육은 관습적으로 교장의 역할을 교무통할, 교직원 지도·감독으로 한정하고 교사를 통한 간접교육으로 학생교육을 해석했다. 그러다보니 수업은 교사의 몫으로 남겨지며 교장은 지휘감독권만 행사했다.

세계적으로 교장이 수업을 하는 국가는 많지는 않지만 일부 교육선진국에서 시행한다. 초등학교든 중·고등학교든 핀란드, 독일, 덴마크, 영국이 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초등학교가 시행중이다. 주당 수업시간도 2시간부터 20시간까지 다양하다. 그 점에서 교장이 수업을 하도록 개선하고 추동하는 교육정책에 이의가 없지만 선결과제가 있다. 교장의 경우에 법에 명시된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운 역할 갈등에 직면할 경우 난감하다. 즉 교장의 역할갈등으로 학교운영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가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나 교육청이 교장에게 직접 수업을 하라고 지시하려면 실제적인 공론화를 통해 그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명령이나 규칙, 세부적인 지침을 서둘러야 한다. 역할선택에 대해 교장에게 자의적 권한으로 맡길 문제가 아니다. 지금 ‘교장자격증제’, ‘내부형교장공모제’ 심지어 ‘교장선출보직제’ 등의 교장임용제도와 ‘교장 권한이 제왕적인가?’에 대한 갈등도 그 역할을 교장에게만 맡기거나 부당한 권한행사를 견제하지 못하는 제도미비 탓이다.
교육부든 교육청이든 한국사회에서 교장수업은 신중해야 한다. 아무리 미덕이라도 현실은 도덕으로만 재단할 수 없는 가치와 이익이 충돌하는 공간이며 인간의 비루함은 권력의 부패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는 한국교육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검토되어야 하며 요식행위가 아닌 진지한 공론화작업이 절실하다. 지금 학교와 교육에서 그 주요모순은 교장이 수업하지 않는데 있지 않다. 그것이 하나의 기본모순이지만 지금의 학교지평에 맞지 않는 해결방안이다. 안타깝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교장이 되려는 교사, 교감, 교육청 장학사 중에는 “교육과정이나 일반 행정을 지휘할 적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는가?”, “교사를 장학할 정도로 수업에 대한 교수학습법이나 교육제도의 변화에 대해 그 역량이 충분한가?”, “인사와 관련해 교사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조정능력을 갖고 있는가?”, “모든 학생들이 존중받고 성장하기 위한 학습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학교성장플랜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 “학부모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및 지역사회와의 접촉과 협력을 위해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민주적 외연을 확장하려고 하는가?” 등의 교장의 역할에 대한 당연한 물음이 낯설다. 또한 권위주의적이고 무책임한 교장문화가 아직도 학교에 짙은 안개처럼 다수 적으로 자욱하며 학교공동체의 통합과 성장을 저해한다. 그런 까닭에 ‘교장의 수업보다는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교육 리더쉽을 갖춘 교장’을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선진교육국가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교장후보자에게는 학교 리더쉽과 관련된 전문 대학원 등의 별도의 학위를 미리 이수하게 하거나 교장이 되었어도 1년이 넘도록 예비교장으로 두고 외부기관에서 전문적인 교장연수를 마치도록 했다. 그 후에야 비로소 교장에게 수업의 의무를 부과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교육당국이 교장승진 대상자들에게 겨우 1개월 남짓, 195시간의 자격연수를 실시하고 그 중에 해외여행적인 국외연수도 48시간이나 포함시켰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교장이 수업을 한다”는 ‘빛 좋은 살구’를 홍보하기 전에 ‘도덕적으로나 경영적으로나 최고의 리더쉽을 갖춘 질 좋은 교장’이 학교에 수혈되도록 교장 자격이나 기존 교장에 대한 연수를 “교장을 못해먹겠다거나 하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로 강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당연하지만 그 과정을 거친 교장이라면 수업을 자청하지 않을 까닭이 없고, 학교에는 지배적인 교장이 되려고 권력에 줄서거나 기웃거리는 교사도 사그라지며, 관료적 행정가를 넘어 스승의 표상이 될 만한 교장들이 지천(至賤)으로 피어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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