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
카공족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6.1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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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는 곳, 예전에는 다방이라 했고 요즘은 카페라 부른다. 이곳에서는 주로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진다. 물론 주머니가 얇은 문인 같은 사람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기도 했고 청춘 남녀들의 미팅 장소로도 딱 인 곳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빈번하게 들락거리며 얘기를 하다 보면 다방이나 카페는 조금은 시끄럽기 마련이다. 금연이 시행 되기 전의 다방은 담배 연기까지 자욱했으니 그 소란스러움은 마치 실내 장터 같은 곳이었다. 문화란 시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커피를 마시는 곳의 문화도 예외는 아니다. 스타벅스가 이 땅에 발을 디디며 카페를 ‘문화’라는 컨셉으로 승화시키면서 커피의 품격도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카페는 붐비는 사람들로 소란스럽기 마련이었다.
나는 특히 젊은이들이 주로 드나드는 대학가의 카페를 가면 다소 긴장을 하는 어른이 된다. 이 곳에서는 자칫 그 동안 익숙해 온 다방 세대의 인식을 적용하여 목소리를 높였다가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한번은 대학가 인근 카페에서 부담 없는 담소(談笑)를 나누다 종업원의 쪽지를 받은 적이 있다. “손님, 죄송하지만 다른 자리의 학생들이 목소리 좀 낮춰달라는 항의가 있어서요” 라는 내용이었다. 중간고사 시험 기간 중이라 평소보다 공부하러 온 학생 손님들이 많아졌단다. 구닥다리 ‘꼰대’ 취급 안받으려고 짐짓 이해하는 척하지만 다방세대 어른으로서 선뜻 동의 할 수 없는 문화적 충격이다. 공부는 당연히 조용한 도서관이나 책상에서 해 온 것으로 알아왔던 세대들이 커피 마시는 산만한 곳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어찌 실감이 되겠는가?

카페가 또 한번의 진화를 하고 있다. 굵은 테 안경을 끼고 문학을 논하던 문인들 대신에 노트북을 펴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소위 ‘카공족’이 커피를 마시는 곳에 앉아있다. 카공족이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요즘은 카페마다 이들의 편의를 위해 콘센트를 군데군데 설치하는 것은 기본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카공족들이 달가운 것만은 아니다. 이들은 한번 자리를 차지하면 커피 한잔 시켜놓고 몇 시간씩 앉아있다. 심지어 아침에 들어왔다 짐을 놓고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오는 부류들도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그렇다고 대놓고 불만을 내놓을 수도 없다. 카공족은 카페의 틈새시장으로 좋은 수요가 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카페를 골라 다녀야 할 일이다. 담소를 나눠야 할 목적이라면 카공족 카페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고 가야 할 판이다.
커피를 마시는 곳 카페가 새로운 문화의 충돌로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닫혀진 공간 안에서 담소족과 카공족간의 문화적 규칙이나 예의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자칫 카페가 ‘문화지체현상’(그 사회가 발전하는 여러 가지 과학기술들, 혹은 문화들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사람들의 인식, 생각들은 그에 뒤쳐지는 현상)의 충돌로 가치가 전도되는 아노미 현상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요즘의 카페가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사는 지혜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권영동(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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