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싶은 것은 모두 달아난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모두 달아난다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9.07.14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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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선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모두 달아난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저자 김인선, 출판사 메디치미디어)’는 작가가 대개 2005년 이후 십여 년 집필되었으며, 경기도의 전원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서울토박이였던 김인선은 마흔 무렵 집안이 쫄딱 망한 후 산자락 마을에서 지내게 되면서 뜻밖에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도시의 바쁘고 시끄러운 일상을 견디기 어려워하던 그는 산과 들에 핀 온갖 식물의 이름을 불러주고 새들의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자연을 재발견한다. 자연에 대한 그의 연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여서, 병상에 누운 어머니가 보고 싶다는 꽃 한 송이도 꺾지 못해 망설이고, 버려진 개며 닭과 오리들을 보살피는 것은 물론,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며 길가의 죽은 고라니까지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한다. 
그의 글 속에서 자연은 정다운 존재일 뿐 아니라 때때로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오기도 하는데, 까마귀는 “맘대로 하라 그래! 난 더 잃어버릴 것이 없어” 하고 울고, 붓꽃은 “이승의 바깥은 이승이더라구요” 하고 선문답처럼 비밀을 털어놓는다. 물아일체의 경지일까,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 살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 심지어 징그러운 벌레들까지도 그에게 사색의 대상이 된다. 
그밖에 소일거리로 오이며 고추를 기르는 나날, 밭농사를 지으면서 벌어지는 동네 사람들 사이의 신경전, 산길을 달리는 기쁨, 장을 보거나 버스를 기다리면서 만난 낯선 이들과의 정담도 김인선의 독특한 프리즘을 통과하면 서정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럽고, 소박하면서도 신비로운 한 편의 수필로 탄생한다.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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