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교수 수업 받으라는 전북대… `학생은 무슨 죄'
성추행 의혹 교수 수업 받으라는 전북대… `학생은 무슨 죄'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9.08.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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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학내 지침들어 제자 성추행 의혹 교수에 2학기 강의 배정
학생-교수, 대학 측 결정에 “분리 방안 마련했어야" 비판 여론

최근 여제자 성추행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전북대학교 생활과학대학 A교수가 2학기에도 강단에 선다. “수사기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상 강의 배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인문대학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이어 교수들의 각종 비위 행위를 바라보는 학생들 사이에선 비난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11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북대 생활과학대학 A교수가 지난달 12일 여성 제자 2명과 함께 2차 술자리를 위해 택시를 타고 가던 중 제자 B씨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변호사를 대동한 경찰 조사에서 A교수는 “그런 적 없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는 사실 확인을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본지 취재 결과 전북대는 공식적으로 지난달 25일 ‘A씨를 강제 추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란 경찰 통보서를 받았다. 비공식적으로 ‘전북대 지도부가 사건 발생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제보도 있었지만, 공식적 기록만 봐도 지금으로부터 최소 2주 전에 성추행 논란이 제기된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 측은 A교수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진행하지 않고, 오로지 경찰에만 모든 것을 맡겼다. 
최백렬 전북대 교무처장은 지난 8일 본지와 통화에서 “경찰로부터 지난달 25일 해당 사안에 대해 수사 중이란 통지를 받아 내용을 알게 됐고, 향후 조치를 취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대학 측의 준비 사항과 수업 배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최 처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른 방향의 취재 결과 A교수에는 2학기에도 수업이 배정됐고 현재 수강 신청이 진행되고 있다. 김선희 전북대 교학부총장은 “당장 수업에서 배제할 수 없고, 쉬운 문제도 아니다. 그래도 학생 수업권 보장 부분을 고려해 논의는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대는 인문대학 C교수의 외국인 여강사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같은 이유로 처분을 미뤘다. 당시 학생들은 ‘학내 성폭력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2학기에도 해당 교수가 강단에 서면 수업을 거부하겠다”면서 대학 본부와 교수들을 규탄했다. 하지만 해당 교수는 검찰로 송치되고 나서야 최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직위 해제됐다.
대학의 결정은 지난 2017년 제정된 ‘전북대 성희롱 예방지침 제8조 3항’이 뒷받침한다. 지침은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 법령에 의해 다른 기관에서 조사 또는 처리 중이거나, 피해자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때에는 조사를 중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 종결 통보 결과에 따라 대학도 조사 진행 후 징계 여부도 결정할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학기 중에라도 수업을 중단하면 된다”고 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운 대학 결정 탓에 피해는 학생들 몫이 됐다. 생활과학대의 한 여학생은 “대학의 안일한 대처에 학생들은 ‘자신도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언제 생길지 모르는 교수 공백이란 환경 속에 놓이게 됐다”며 "도대체 우리는 무슨 죄를 진 것이냐"고 대학 측의 대처를 비난했다.
상당수 교수들도 대학 측의 대처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의과대학의 한 교수는 “해당 교수에 대한 의혹을 알았을 때 강단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경찰 수사를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결국 지도부 사과가 ‘보여주기식’에 불과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9일 김동원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 등 20 여명은 성추행, 음주운전 등 교수 비위 행위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당시 김 총장은 “교수 징계가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선행 조치에 어려움이 따른다”면서도 “교수 윤리에 크게 벗어나거나 학생 등 구성원에 추가 피해가 예상 될 경우 직위해제 등 선행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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