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NO일본'… 가정집엔 `NO태극기'
거리엔 `NO일본'… 가정집엔 `NO태극기'
  • 양정선 기자
  • 승인 2019.08.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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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달기 운동 펼쳤지만 국기 내건 집 별로 없어
국기선양회 “태극기 달기 등 실천하는 애국 필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곳곳에 `NO일본' 현수막이 내걸리며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은 15일 전주의 한 아파트에는 정작 태극기를 내건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세림 기자 

전주 완산구 효자동의 정모(43)씨는 지난 15일 집 앞에 태극기를 달기 전, 아이들에게 광복절이 어떤 날인지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의 경제 보복과 위안부, 강제 징용 문제 등이 설명의 주된 내용이었다. 정씨는 “최근의 일본 행위를 지켜보다 아이들에게 그들의 본모습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태극기를 함께 달며 교육을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했다.
일본의 경제 침략으로 더욱 의미가 깊었던 이번 광복절. 대대적인 국기 달기 운동에 정씨처럼 아이들 교육까지 한 집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택가에서는 국경일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로 태극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씨는 “올해 광복절에는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거리 마다 빼곡한 ‘NO일본’ 현수막과 너무 대조적이어서 많이 아쉽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 전주 덕진구 송천동 A아파트. 듬성듬성 내걸린 태극기들이 펄럭였다. 총 1,992세대가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지만 태극기를 내건 가정은 불과 42곳. 아파트 31개동 중 8개 동에서는 태극기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 강모(52)씨는 “국경일에 집집마다 태극기가 내걸리던 모습은 옛 추억에 불과하다”면서 “태극기 게양이 의무는 아니지만 국경일 의미가 단순히 쉬는 날로 퇴색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주 완산구 중화산동의 B아파트 상황도 비슷했다. 498세대 중 태극기가 게양된 곳은 5곳. 아파트 인근 가로수에 ‘B아파트 주민일동’으로 내걸린 현수막에 쓰여진 ‘NO일본’이란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은 “국경일에는 방송으로 태극기 게양을 독려하는 편이지만 참여율이 적어 한계가 있다”고 했다.
주민 장모(48)씨는 “국경일조차 제대로 기념하지 못하는데 ‘일본불매운동’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다”면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는 데는 이런 것도 이유가 아니겠냐”고 푸념했다.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르면 국경일로 지정된 3‧1절과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국군의 날, 개천절, 한글날 등에는 태극기를 게양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 ‘규정’에 불과해 다른 법령과 같이 강제성은 없다. 매년 기념일을 앞두고 정부와 지자체 등이 나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는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직장인 홍모(34)씨는 “국경일에 국기를 꼭 달아야 한다는 법이 있냐”면서 “태극기를 안 달고도 광복절의 의미는 충분히 되새길 수 있다”고 했다.
태극기 거치대가 없어 게양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축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경우 발코니 확장 등의 이유로 거치대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모(41)씨는 “지난 현충일에도 태극기를 달려고 했지만 거치대가 없어서 달지 못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기선양회 관계자는 “태극기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의 애국정신이 담긴 것”이라며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것부터가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 경제 침략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입으로만 하는 애국보다는 실천하는 애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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