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반과 골동반, 그리고 전주비빔밥축제
혼돈반과 골동반, 그리고 전주비빔밥축제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9.09.08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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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빔밥축제, 찬란한 전주 비빔의 역사와 전통을
조화롭게 잘 버무리기 바라”
이 종 근-문화교육부장
이 종 근-문화교육부장

"내 일찍이 세종 때 주서(注書·승정원의 정7품 벼슬)의 사초(실록 편찬의 자료가 되는 기록)를 보니 상감께서 친히 양성(안성), 진위(평택), 용인, 여주, 이천, 광주 사이를 사냥 다녔는데 때로는 한 달이 지나서야 돌아오셨다가 이튿날 또 떠나곤 하였다. 길가의 시골 백성들이 더러는 푸른 참외를 드리기도 하고 더러는 보리밥을 드리기도 하였다. 그러면 (상감께서는) 반드시 술과 음식으로 답례했다"
박동량이 쓴 '기재잡기'는 조선 초기부터 명종에 이르는 역대 일화를 기술했다. 정사에 빠진 채 구전되는 역사를 포함, 명인들의 전기, 시사 등도 다룬다.

비빔밥은 중국 골동반과 다르다. ‘골동반’은 명나라 동기창(董其昌)의 '골동십삼설(骨董十三說)'이란 책에 나온다. 뒤섞은 것을 ‘골동(骨董)’이라고 썼다. 동기창은 16세기-17세기 중엽의 인물이다.
이보다 앞선, 우리 측의 ‘비빔밥’에 대한 기록도 있다. 이름은 다르다. 음식문화만큼 변화무쌍한 것도 없지만 비빔밥은 이미 조선 중기에 먹었다.
홍윤성(1425∼1475)은 세조의 신임을 배경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런 그의 집에 도둑이 들 뻔했다. 포도청조차 집 근처에 얼씬 거리지 못하는 점을 노렸다. 홍윤성 집 근처를 순찰하던 포도부장 전임(田霖, ?∼1509년)이 이들을 잡아 홍윤성에게 넘겼다. 홍윤성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공이 크게 기뻐하며 뜰에 내려와 그의 손을 붙잡아 끌어 올리면서 '이런 좋은 사람을 어찌 이제야 알게 되었는가. 자네 술은 얼마나 마시며 밥은 얼마나 먹는가'라고 물었다. 전임이 대답하기를 '오직 공께서 명하시는 대로 먹겠습니다' 하니 곧 밥 한 대접에다가 생선과 채소를 섞어 세상에서 말하는 혼돈반(混沌飯)같이 만들고 술 세 병들이나 되는 한 잔을 대접하니 전임이 두어 숟갈에 그 밥을 다 먹어 치우고 단숨에 그 술을 들이켰다" 여기서 혼돈반이 바로 비빔밥이다. 채소와 생선을 밥에 섞어 먹는 것을 박동량이 살던 시대에 유행하던 혼돈반에 비교했던 것이다.
이는 '기재잡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원문에는 ‘비빔밥’을 ‘混沌飯(혼돈반)’이라고 표기했다. “민간에서 말하는 이른바 ‘혼돈반’같이(如俗所謂混沌飯, 여속소위혼돈반)”라는 표현이다. 혼돈반은 ‘뒤섞은 밥’이다. “밥 한 대접에다가 생선과 채소를 섞어”라고 했다. 혼돈반은 비빔밥이다.
전임은 조선 중기의 무신이다. 위의 내용은 전임이 갓 벼슬살이를 했을 때의 이야기다. 전임은 1482년(성종 13년) 전주판관이 됐다.
조선왕조실록에 '전주 판관 전임의 재주에 대해 의논하고 다음 정사에 거론케 하다(태백산사고본, 성종실록 169권, 성종 15년 8월 22일 병자 2번째기사 1484년 명 성화(成化) 20년)'는 기록이 보인다.
 "전주 판관(全州判官) 전임(田霖)은 사람들이 다 그 재주가 쓸 만하다 하므로 내가 시험하려 하는데, 지금은 농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바로 갈 수 없으니, 가을이 되거든 직임을 가는 것이 어떠한가?" 하자, 승지(承旨)들이 아뢰기를, "전임의 사람됨은 무예(武藝)와 이재(吏才, 관리로서의 재간)를 모두 갖추었고 학문도 넉넉합니다. 또 듣건대 범을 잘 쏘므로 경내(境內)에는 고약한 짐승이 다니지 못하며, 부윤(府尹) 이봉(李封)도 어진 재상(宰相)이므로 두 사람이 서로 의기가 맞아서 자못 다스린 보람이 있다 합니다. 전임은 나이가 적지 않으니, 제때에 기용하여야 하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다음 정사(政事)때에 다시 아뢰라" 했다.
15세기 후반 고위직 벼슬살이를 했으니, 위 내용의 시기는 15세기 중반 무렵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전임의 혼돈반’은 명나라 동기창의 ‘골동’보다 100년 이상 앞선다. 한반도의 비빔밥은 중국 측 기록에 앞서 오래 전부터 있었다. 문서상의 한자 표기가 ‘骨董飯, 골동반’이었을 뿐이다.
올해 전주비빔밥축제가 다음달 9일부터 12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한벽문화관 앞 천동로 일원에서 비빔밥을 주제로 관람객의 오감을 만족시킬 축제로 진행된다. 찬란한 전주 비빔의 역사와 전통을 조화롭게 잘 버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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