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부직포에서 수의까지' 면 제품의 모든 것 생산해 수출까지
‘면부직포에서 수의까지' 면 제품의 모든 것 생산해 수출까지
  • 권동혁 기자, 오세림 기자
  • 승인 2019.09.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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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희망이다”-① ㈜대성메디칼·NC(엔씨)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p하락.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3,150개 업체를 대상으로 9월 경기전망조사를 한 결과다. 찾아가 “정말로 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대답 대신 한숨만 쉰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도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은 중소기업이라고 말한다. 전북지역에도 묵묵히 지역과 나라 경제의 근간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새전북신문이 기획보도를 통해 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도민에게 이런 기업을 아껴달라는 의미를 담은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새벽 5시. 알람시계처럼 잠에서 깨어났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천근만근 육체를 억지로 세웠다. 한겨울 칼바람에 옷깃을 세울 새도 없이 일터로 향했다. 새벽 6시. “탈탈털털” 솜 타는 기계를 돌렸다. 지금은 세상에 없는 무정한 아내는 못난 남편 옆에서 한 움큼 솜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말없이 이불 홑청에 바늘 찌르기를 수천, 수만 번 거듭했다.
올해 매출 목표 150억원, 2년 후 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익산 낭산면의 ㈜대성메디칼과 NC(엔씨)의 시작은 이랬다. 창업주 양용호(64) 회장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산물, 그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을 찾아갔다.

 

△ 33년 역사의 강소기업 대성메디칼

탈지면 만드는 회사라고 해서 찾아갔더니 그게 아닌가 싶었다.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들어서자 입구에 면부직포와 알코올 솜, 코튼타올, 여성 위생용품, 화장솜, 건티슈는 물론 수의(壽衣)까지 전시돼 있었다. 공장 건물이 몇 동 있긴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이런 제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국내는 물론 일본에 수출도 하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중국, 이탈리아, 독일까지 수출국을 다변화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있는 기업이었다. 친환경 면섬유로 성큼성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성메디칼에 대한 얘기다.
올해 초 익산 황등면에서 낭산면으로 회사를 이전한 대성메디칼은 33년 역사의 중소기업이다. 상시 근로 인원만 30여 명에 이르고, 매출액은 회사 이전으로 인해 가동이 잠시 멈춘 올해도 150억원 가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생산 제품은 탈지면과 화장솜 같은 패딩원단부터 면부직포, 의료용 솜제품, 여성 위생용품, 수의까지 다양하고, 최근에는 그 원재료까지 생산하는 별도의 회사인 ㈜NC를 창업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순수 원재료를 빼고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제품을 원스톱으로 생산·가공·판매하는 능력을 갖춘 강소기업이다.


△ `무지개제면’으로 시작한 흙수저의 꿈

수의

 대성메디칼과 NC의 창업주인 양 회장은 ‘흙수저’다. 부모로부터 동전 한 닢 물려받은 게 없다. 젊은 시절 먹고 살려고 익산의 한 이불 솜 공장에 취직했다. “익산에 솜 공장이 두 곳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한 곳이었어요. 그 때는 다들 어렵게 살던 시절이라 미래 비전을 보고 선택한 건 전혀 아니었는데, 그곳에서 ‘나도 한 번 차려서 직접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지요”
솜 공장에서 8년을 밤낮으로 일했다.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인화동에 있는 창고 같은 건물을 빌려 솜 타는 기계 한 대를 들여놨다. 회사 이름은 ‘무지개제면’으로 지었다. 스물여덟 살 때 일이다. 오늘날 대성메디칼과 엔씨의 모태인 셈이다.
“새벽 5시 정도면 일어났어요. 대충 씻고 공장에 나가서 기계를 돌리는 시간이 6시인데 그 때부터 오후 4시까지 쉬지 않고 일을 했다고 봐야지요”
솜을 만들어내는 기계는 제조 공정상 한번 돌리기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젊은 양 회장이 쉼 없이 기계를 돌리면 그 옆에서 쪼그려 앉은 아내가 이불을 만들었다. 홑청 속에 솜을 넣고 바느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고생시켜 미안하네” 말 한마디 건네기 어렵게 열심히 일을 했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은 식고, 가끔 먹는 짜장면은 불어서 굳었다. “밥이고 면이고 그냥 베어서 먹었다고 해야지요. 기계를 멈추지 못하니까 그냥 그렇게 끼니를 때울 때가 많았어요”
양 회장은 솜 공장 일이 끝나면 인근의 한 공업사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밤 12시까지 또 일을 했다. ‘본인 소유의 회사를 차려놓고 왜 다른 일까지 해야 했냐’고 묻자 “돈이 없어 그랬다”고 했다. 당시 공장을 돌리는 건물세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 14만원. 공업사에 나가 자정까지 일해 한 달에 받는 돈은 13만원. 본인 공장에서 이불 만들면서 돈을 벌면 좋겠지만 당시에는 일감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한다. 공업사에서 한 달 월급 받으면 대충 공장 월세는 충당할 수 있으니 몸으로 때운 셈이다. “먹고 살기는 해야겠고, 일감은 많지 않다보니 다른 일이라도 해서 월세를 채우면 마음이라도 편하잖아요. 몸은 피곤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 알코올 솜 생산, 신화는 시작됐다

알코올 솜

1997년. 대한민국이 외환위기에 빠진 바로 그 해. 양 회장은 익산 황등면에 300여 평(990㎡)의 공장 부지를 마련했다. 80여 평(264㎡) 공장 건물에서는 6명의 직원들이 이불솜을 뽑아냈다. 양 회장은 직접 화물차를 끌고 서울은 물론 강원도까지 영업 전선을 누볐다.

탈지면

그러던 연말 IMF사태가 터졌다. 수 없이 많은 회사가 문을 닫고, 직장인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제 막 설립한 회사에는 치명적인 일이었지만 하늘도 그의 노력에 감동했는지 양 회장의 회사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 때 주로 만든 것이 혼수 이불이었어요. 아무리 어려워도 결혼은 하고, 혼수는 하잖아요. 그 중에서도 이불은 빼놓을 수가 없으니 우린 별로 피해를 입지 않았지요”
너무 열심히 일을 한 나머지 하루는 병원 신세를 졌다. 간호사가 주사를 놓더니 알코올 솜을 건네 줬다. ‘번쩍’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탈지면이었다. ‘병원은 경기도 별로 타지 않으니 이걸 만들면 돈벌이 좀 되겠구나’ 이불 솜만 뽑아내던 회사에서는 100% 순면으로 만든 올코올 솜을 만들어냈다. 2003년에는 알코올 솜 공장을 증설하면서 회사 이름까지 대성메디칼로 바꿨다. 익산지역 의약품 대리점을 중심으로 영업에 나섰다. 탈지면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의료시장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탈지면 수요는 더욱 많아졌다. 양 회장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졌다.
2007년에는 화장할 때 쓰는 솜까지 생산했다. 3년 후에는 근로자 기숙사를 만들고 편의휴게시설을 만들었다. 2014년에는 전북도지사로부터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생산 제품은 갈수록 늘어났고, 그에 따라 종사원들도 늘어갔다.


△ 낭산면 이전과 함께 미래로 도약하는 글로벌 기업

 승승장구하는 대성메디칼에게 황등면의 공장은 한계를 드러냈다. 매일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기도 어려워지자 양 회장은 2017년 회사 이전을 결심했다. 정부 지원을 포함해 120억원을 투자해 익산 낭산면에 5,000여 평(1만6,500㎡) 부지를 마련하고 1,800여 평(5,940㎡)에 공장을 지었다. 원료를 수급하기 어려웠던 탓에 직접 생산 제품의 원료를 만드는 ㈜NC를 설립하기도 했다. NC는 목화의 기름기를 빼는 표백 작업을 하는데 전량 수입이나 국내의 타 회사에 의존하다가, 최근에는 대성메디칼 사용분을 뺀 나머지를 일본이나 말레이시아에 수출도 하고 있다. 수출 물량은 한 달에 컨테이너 4~5개 분량으로 매출액만 40억원에 달한다.
올해 대성메디칼은 지난해 회사 이전과 설비 이전‧교체증설 등으로 생긴 공백으로 15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이 정상 가동됨에 따라 내년 목표는 이보다 100억원 많은 250억원으로 세우고 있다. 2021년에는 300억원이 목표인데, 아직 건물을 세우지 않은 2,000여 평(6,600㎡)에 신형 부직포 생산 기계를 설치해 매출을 더욱 증대시킬 계획이다.

건티슈

“이것만은 꼭 말하고 싶습니다” -양용호 회장

양용호 회장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 3분의 1 정도인 12명이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손을 빌려 공장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8개월 동안 새로운 직원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에서 제도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저희 같은 제조업체에서는 숙련된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새 외국인 노동자를 받기 까지 공백이 8개월이 생기면 정말 난감합니다. 이런 노동자들이 2명씩 한꺼번에 나갈 때면 공정에 많은 차질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면 2년간 외국인 노동자를 보내주지 않으니 무서워 엄두도 못 냅니다.

면으로 만든 부직포나 다양한 생산 제품의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고 저희도 희망을 가지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력 문제 때문에 공장을 제 때 가동하지 못하고, 제품을 생산하지 못해 손해를 본다면 누구를 원망해야 합니까.
전북도를 비롯한 자치단체와 각 기관·기업·병원에도 호소합니다. 저희 같은 지역 업체를 아껴주세요. 가격으로만 모든 것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희 제품은 100% 면으로 만들지만, 타 지역의 저렴한 제품은 나일론을 섞어 만듭니다. 이런 제품은 환경은 물론, 인체에도 좋지 않습니다. 중소기업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정말로 힘이 되어 주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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