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심을 북돋우는 `똥' 이야기
땅심을 북돋우는 `똥' 이야기
  • 양용현
  • 승인 2019.09.1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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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고장, 김제이야기[57]
삽화=정윤성 화백
삽화=정윤성 화백

 

김제 벽골제단지 내의 농경사주제관은 어린이박물관이다. 유 ․ 초등학생들에게 농업의 역사를 환기시키기 위하여, 신석기부터 현대까지 싸리 ․ 보리 ․ 콩이라는 박물관 캐릭터가 시간여행을 통해 농업사를 공부하는 놀이학습공간으로 꾸며졌다.
그 중 고려시대의 주제는 ‘똥’이고 ‘똥 이야기’라는 7컷 동화로 구성되었다. 늑대개 콩이가 눈 ‘똥’이 여러 다른 똥 친구들 등을 만나 두엄이 되고 훌륭한 열매로 다시 태어나 우리에게 제공된다는 이야기로 엮었다. 권정생선생의 동화, ‘강아지 똥’에서 힌트를 얻었다.

고려 후기에는 시비법(施肥法, 거름내기)이 보다 일반화되어 땅심이 부족하여 돌려짓던 토지의 땅심을 높여 어짓기가 가능해졌다고 한다. 오늘날과 같은 획기적인 기술의 진보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높아진 땅의 효용은 커다란 진전이었던 셈이다.
시비법은 시기적으로 세 가지로 구분된다. 씨뿌리기 전후의 밑거름, 씨 뿌리고 작물이 자라는 동안 줄기 성장이나 열매를 충실하게 하는 웃거름(중거름), 그리고 추수하기 전 마지막으로 주는 덧거름으로 구성된다.
농사짓던 어른들이 종종 똥 ․ 오줌을 삼년 먹지 않으면 병들어 죽는다곤 하셨다. 땅심을 높여주는 거름의 힘과 생태의 순환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박물관 제1전시실, 농경문화실에는 그에 쓰였던 도구들이 모여 있다. 이른바 땅심 도구들, 똥지게, 똥장군, 똥바가지, 귀때동이, 개똥삼태기 등이 그것이다.
박물관 현장조사를 다니다보면 지역의 어르신들로부터 농사경험을 듣게 되는데 땅심을 북돋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들이 생각보다 광범위하였다. 널리 알려진 대로 외양간 · 마구간 · 돼지우리 바닥 짚, 가축과 사람의 똥 · 오줌, 재와 마름 등 각종 물풀, 그리고 부드러운 버드나무 가지를 섞어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 밖에도 도랑 · 개울 · 저수지 바닥 흙과 각종 바다 해초, 소금, 바닷물, 멸치, 정어리, 꽃게 등 양분이 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재료들이 사용되었다. 또 거름을 확보하기 시골에서는 한 집에서 사용할 짚이나 땔나무를 대는 조건으로, 그 집의 오줌·똥을 독점하였다고도 한다.
그 중 재미있는 거름인 ‘똥재’를 소개한다. 똥째는 똥에 잿가루를 덮어 버무려놓은 것을 말하는데, 냄새가 적고 저장 운반이 간편하고 해충이 모여들지 않으므로 ‘상품’으로 거래되었다. 1900년대 초, 수원에서는 한 섬에 상등품 30전, 중등품 20전, 하등품 10전에 거래되었다고 전해진다.
1950년대까지 서울 근교의 농민들은 시내에 들어와 돈을 내고 똥 · 오줌을 퍼갔으며, 농사에 열심인 사람은 남의 집에 있다가도 똥 · 오줌을 누려고 자기 집으로 달려가기도 하였다고 한다. 땅심을 북돋아 생산력을 높이려는 노력들이 이와 같았다.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학예연구사 정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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