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학산
전주 학산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9.10.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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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가 몇해 전, 서학광장에 상징 조형물을 설치했다. 알과 둥지를 틀고 창공을 향해 날개를 펼쳐 힘차고 우아하게 비상하는 학의 모습이다. 전주는 전주천을 중심으로 동쪽으론 승암산과 기린산, 건지산 등 호남정맥 만덕산 줄기가 뻗어있다.

서쪽으론 호남정맥 슬치에서부터 고덕산과 학산(鶴山)과 완산칠봉 산줄기가 뻗어 있다. 학산은 풍수지리에 의하면 학(鶴)이 전주천을 향해 깃들어 있는 형국이다 평화동과 서학동에 위치한 학산은 해발 306m로 동쪽으로 고덕산에서 보광재를 거쳐 서쪽의 금성산으로 이어진다. 학산은 삼국시대 이전과 조선시대와 근대시대를 이어주는 학소암 등 3곳의 사찰과 평화동석실군 등 4곳의 유적지, 남고진 사적비, 만경대 정몽주 우국시, 남고사 대웅전 불좌상 등 다양한 유물이 존재하고 있다. 또 전주가 한지의 고장임을 증명하는 한지공장과 닥나무 생산지 등이 존재하고 있으며, 석탄을 채취했던 것을 알 수 있는 탄광 채굴터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북의 선비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1841~1910)은 53세인 1893년 전주에서 약포(藥鋪)를 운영했지만 그 다음해에 전주성이 함락돼 모든 저술과 가옥이 화재로 소실됐다. 그래서 자신이 태어난 요교마을에 정착했다. '연석산방문고'엔 '청학산기(靑鶴山記)'가 실려 있다. 청학(靑鶴)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학이 천년을 살기 때문에 지은 것이라고 한다. '나는 병을 핑계삼아 전주의 은송리(隱松里)에서 지냈다. 거처하는 집에서 비스듬한 경사길 오른쪽에 청학산이 있었다. 완산의 첫번째 봉우리의 한 줄기가 동북쪽으로 내려와 작은 봉우리가 됐는데 이를 청학이라고 한다. 높이는 겨우 10여 자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둥근 것 같지만 동글지 않고, 모가 난 것 같지만 네모지지도 않는다. 매번 마음이 울적할 때 지붕 위에 올라가서 바라보면 늙은 소나무 10여 그루가 옆으로 누워 있는 것이 마치 서로 기대고 있는 것 같다. 봉우리의 남쪽에 정자가 있어 그 이름을 백운(白雲)이라 한 바, 시인과 묵객(서화를 일삼는 사람)이 모두 그곳에 모여들었고, 왕래하면서 경치를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는데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이정직이 '지난해에 초토사(招討使, 변란 평정을 위해 임시로 보내는 신하) 홍계훈이 금군(禁軍) 2,000 명을 거느리고 그 위에서 동학군과 싸울 때는 포환이 빗발치고 창과 화살촉이 교차했다고 했다’고 기록한 바 이 작품을 지은 것은 1895년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10여 자 정도 높이의 청학산이 어디인지는 어느 기록에도 보이지 않는다. 전주엔 '청학루(靑鶴樓)', 황학루, 황학대, 학산 등 지명이 많지만 아직 산 관련 책자는 발간된 바 없다. 전주의 상징을 스토리로 살리는 노력이 부족한 현실이 참으로 아쉽다.
/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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