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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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10.0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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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태도는 네 박자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에릭 번(Eric Berne)이 창안한 교류분석
(transactional analysis)에 따르면, 긍정과 부정과 나와 타인이 서로 엮어져서 이러한 구조를 이룬다. 교류분석은 인본주의적 인간관에 기반을 둔 성격이론이면서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상담이론이자 기법이다.

저마다 가지는 인생의 태도는 ‘자기 부정, 타인 긍정’, ‘자기 부정, 타인부정’, ‘자기 긍정, 타인 부정’, ‘자기 긍정, 타인 긍정’이다. 어떤 유형이 최고인가.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타인의 존재의미를 충분히 인정하고 발전적인 삶, 인간관계에서 긍정적인 경험들을 재해석하고 통합하는 성찰의 힘을 체득하는 삶,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또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뢰감과 자신감을 가지는 태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서로 협력해서 큰 시너지를 가져오는 관계. 개인 또는 사회에서 최적의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태도는 바로 ‘자기 긍정, 타인 긍정’이다. 알면서도 잘되지 않는 게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킨다. 자신이 희생이나 박해를 당했다고 여기며 살아가기도 한다. 늘 억울하고 화가 나 있다. 잘못 건드리면 폭발하기 일쑤다. 정도가 심해지면, 타인을 공격하거나 해치려는 충동을 가진다.
인생의 태도를 미리부터 새겨놓고 태어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삶의 여러 경험으로 인해 태도가 형성된다. 초기 성격 형성의 시기인 7세까지가 관건이다. 아이가 견디기 어려운 심리적 충격이나 상처를 겪고 있는데도 적절한 도움이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혼자 감당해야만 하는 뼈저린 경험을 하게 될 때 이러한 태도가 자리를 잡는다. 이 유형은 타인과의 교류를 거부하고 차단한다. 극단적인 경우 타인의 안전과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을 하고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와 환경을 탓하고 자신을 정당화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성찰할 줄 모른다. 인간이 가진 고유하면서 탁월한 능력이 바로 ‘성찰’이다. 성찰은 자신이 한 일을 깊이 되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자신을 반성하고 합리성과 신념을 확립해가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내면 활동을 뜻한다. 성찰은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이룬 찬란한 문화는 바로 ‘성찰’로 인해서이다. 성찰하지 못하는 삶은 야수와 다를 바 없다. 무수한 실패를 통해서 극복의 힘을 얻는 것이 바로 성찰이다. 점차 성찰의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잘못을 저질러놓고 떳떳하다. 타인의 잘못을 파헤치고 손가락질하지만, 정작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을 정당화하기 바쁘다. 교류분석의 인생 태도에 의하면, 이러한 유형은 ‘자기 긍정, 타인 부정’이다. 언제나 나만 옳다. 타인과 세상은 잘못되었다. 그런 사고방식에서 말하자면, 살인을 저질러도,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도 늘 할 말이 있다.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괴물이다. 누가 괴물을 키웠는가. 우리는 괴물로부터 자유로운가. 인간이 인간 고유의 특성, ‘인간성’을 거부한다면, 인간이 아니다. 성찰은 말에 있지 않다.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진정한 회한에 있다.
/박정혜(심상시치료센터장, 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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