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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호반촌'을‘문학촌' 으로 만들어 가자

“‘전주 호반촌' 의 도시재생사업 제안 새로운 활력의 타운으로 만들기에 분주하다"
김 익 두-전북대 국문과 교수
김 익 두-전북대 국문과 교수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계절에 전주 시민들이 편안히 가까이 들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막상 잠시 잠깐씩 가려고 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노란 은행잎들이 이 가을을 황금빛으로 바꾼 길을 조용히 걷고 싶다면 ‘관통로’가 제격일 것이고, 숲속을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오색의 수를 놓은 호젓한 곳을 찾으려면, 소리문화전당 뒤쪽 오송제가 있는 건지산도 제격이리라.

그런데, 잠시라도 혼자 거닐고 생각하면서 지나온 과거와 미래의 푸르고도 낡은 책갈피들을 넘기고 싶을 때, 그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전주에 그런 곳이 지금도 있을까.

옛날, ‘미원탑(1967년~1979년까지 팔달로 예술회관 사거리에 있던 광고탑) 시절’엔, 우리는 ‘동문사거리’의 홍지서림에서부터 ‘이시계점’ 앞 ‘문성당’ 사이의 수많은 헌책방 거리에서 젊은 날 ‘윤동주 시집’ · 전혜린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와 같은 책들을 사서 읽고 문학을 꿈꾸며, ‘후문집’과 같은 작고 따뜻한 술집에서 서로 젊은 날의 사랑과 문학을 얘기하며 행복한 술을 마셨다.

빈 주머니에 작은 여유돈이라도 쥐어지면, 그 아낀 돈으로 이 길거리의 홍지서림이나 문성당에 들러 책값과 주머니의 돈을 견주다가, ‘삼중당문고’와 같은 아주 작은 저가의 알찬 문고본 고전들을 사서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곤 하였다. 그것도 안 되면, 이 길가에 늘어선 헌책방에 들러 그보다 더 싼 책들을 찾아 사서 흐뭇한 마음으로 서점을 나오곤 하였다.

최근에 나온 한 저서를 보면, 책을 통해 우리가 체험하는 지식이나 정서의 경험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접하거나 얻는 지식 및 정서의 체험은 그 영향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책을 직접 만지며 얻는 지식이 훨씬 더 근본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타샤 튜더는 평생 동안 고요한 숲속에서 명상의 삶을 살면서, ‘삶은 늘 고요한 시간 속에서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만 깨닫게 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의 말년에 사람들이 그녀에게 다가와 “무엇을 믿는가?”라고 묻자 그녀는 놀랍게도, ‘고요한 물!’이라고 답하고 있다.

전주시 덕진동에는 전주에서 가장 오래되고 ‘고요한 물’인 덕진연못 호수가 있다. 이 ‘호반촌’에는 마이클 잭슨도 다녀간 ‘전북문학관’이 있다. 지금 이곳에는 수십 년 묵은 크낙한 은목서나무 꽃향기가 은은하다.

그러나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은 놀랍게도 거의 없다. 이 마을에는 유명한 평론가 고 천이두 선생도 사셨고, 유명한 지식인 소설가이자 한국예술원 회원이기도 서정인 선생도 살고 있다. 마을 앞쪽에는 전라북도 도립국악원과 덕진예술회관도 있고, 마을 뒤쪽으로는 아름다운 전주천이 더 아름다운 고산천 물과 만나기 위해, 유유히 김제 망해사와 서해바다를 향해 흐른다. 최근에는 이곳에 ‘전주사진책도서관’도 문을 열었다.

전주시에도 요즈음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이다. 전주역 근처까지도 ‘역세권’ 도시재생사업이 한창이고, 이곳 시민들도 이곳을 새로운 활력의 타운으로 만들기에 분주하다 한다.

깊어가는 이 가을, 전주시에는 아직도 가장 조용한 마을 전주 ‘호반촌’이 있다. 이 마을이 전주 시민들이 잠깐씩이나마 편하게 들러서 고요히 사색하며, 낡고 푸른 미래의 책장들을 넘길 수 있는 ‘전주 문학촌’으로 거듭나기를 바래본다. 이곳에 작고 따뜻한 술집들과 조용한 사색의 공간들, 그리고 새로운 21세기 한국문학과 동아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