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의 조별과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조별과제는 친구들끼리 서로를 탓하게 만든다"

서 금 택-(주)씨큐아이컨설팅, 수석컨설턴트
서 금 택-(주)씨큐아이컨설팅, 수석컨설턴트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중간고사가 끝나서 좀 쉬는가 싶었는데, 한숨을 쉬면서 힘들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그동안 밀린 과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제를 4명이서 조별로 해야 하니까 더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교과목별로 구성된 팀원들이 다른데다가, 팀원들의 성향과 학구열에 따라 과제 결과물에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수행평가 점수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팀원으로 들어오면, 그 아이들의 몫까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제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있어서도, 자신의 의견만 고집을 부리는 아이가 있으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조에서는 과제를 열심히 안 해 온 아이가 있어서, 그 아이에게 뭐라고 했다가, 싸움을 할 뻔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아이는 저에게 “왜 선생님은 조별과제를 내 주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회사에 취직을 하게 되면, 무척 요구되는 능력이라고 하였습니다. 학생들은 조별과제를 통해서 공동체 및 의사소통 역량 등을 기를 수 있는데, 이러한 역량이 대학 생활과 회사 생활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대학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느끼는 조별과제의 힘든 점은 약간 사라집니다. 그 이유는 실력이 어느 정도 비슷한 학생들끼리 팀원을 구성한다는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이제 성인이기 때문에 자신으로 인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대학생활을 이야기하면서, “고등학교 때 힘들더라도, 조별과제를 잘 수행하면 앞으로의 대학생활이나 회사의 조직생활에서는 도움이 될 거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말해 놓고도 뭔가 좀 찜찜했습니다. 우리아이 또한 표정이 계속 어두웠습니다. 저의 그런 말들이 현실에서는 그렇게 도움이 되질 못한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조별로 나눈 과제를 다른 친구들이 안 해오면, 결국 수행평가 점수는 조별로 똑같이 주기 때문에 누군가는 그 과제를 대신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아이는 자기가 다른 친구들의 과제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뭐라고 말을 해 주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선생님에게 조별과제 대신에 개별과제로 대체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조별과제를 통해서 학생들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고, 고등학교 때부터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우리아이와 과제를 함께 토론하기로 했습니다. 과제를 적극적으로 안하는 친구들을 탓하기 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이렇게 토론한 내용을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자고 하였습니다.
우리 고등학생들의 조별과제 형태는 좀 바뀔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방향성은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의지와 공동체 인식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도 자녀의 과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조금은 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