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1년10월17일 18:39 Sing up Log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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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고래에 얽힌 숨 막힌 진실

전경일 `붉은 장미'




‘붉은 장미(저자 전경일, 출판사 다빈치북스)’는 일제의 고래잡이를 통해 오늘날 한일관계까지 짚어 본 야심 찬 문제작이다. 

특히 고래잡이 대목에서는 그 적나라함에 전율마저 인다. 고래잡이를 다룬 소설로 한정해 본다 해도 멜빌의 저 ‘백경’과 견주어 볼 만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고래잡이를 통한 대자연과의 투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세계사와 한국사의 모순을 낱낱이 꿰고 있다. 물론 그 속에서 삶의 주변부로 밀려나거나 주역이 되는 인간 군상들의 삶의 투쟁까지 아우른다. 

게다가 중의적 상징은 웅장한 역사의 비장미까지 갖추고 있어 울림을 더 한다. 이방인의 눈으로 세계 문제를, 시대를 초월한 문제를, 한 인간의 성장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작가가 쓴 전작인 ‘조선남자’ 나 ‘마릴린과 두 남자’와 궤를 같이 하고 있지만, ‘붉은 장미’는 무엇보다 압축된 형식으로 현실의 리얼리티를 문학으로 확고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더 빛을 발한다. 

온몸에 따개비가 달라붙은 귀신고래와 일제에 의해 강제 병합된지 2년이 지난 1912년의 조선이라는 상징적 함의(含意)는 이 작품이 왜 뛰어난 문학적 반열에 올라야 하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출판문화진흥원 2019 우수출판 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 빛을 보았다. /이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