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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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12.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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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로 역시 20대 아빠는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지난 7일 태국 북동부에서 30대 아빠는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그는 두 딸을 홀로 키워왔다. 지난주 이 지역 날씨는 급변해서 한파가 불어닥쳤고 혹한기 대비를 하지 못했던 부녀는 추위에 떨었다. 집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이어서 사방은 뚫려있었다. 아빠는 딸에게 자신의 이불을 모두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조금이라도 바람을 막으려고 입구에서 돗자리를 깔고 잠을 청했다. 아빠는 변변한 겉옷 하나 없었다. 당시 긴 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다고 한다. 한밤중에 잠에서 깬 8살 막내는 웅크려 잠든 아빠의 몸에 자신의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잠들었는데 아빠는 영원히 깨어나지 못했다.
인간은 하루에도 무수한 마음의 깃발을 펄럭이며 살아간다. 마음의 상태에 따라 삶의 형태도 결정된다. 크게 나누면 긍정과 부정일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선과 악이다. 이는 신화 속에 단골로 등장한다. 노르웨이에서는 로키(Loki)신이 악의 화신이다. 로키신은 아름답고 무척 사랑스런 발두르(Baldur)를 끊임없이 공격한다. 페르시아에서는 생명과 빛, 진리와 행복이 유래된 아후라-마즈다(Ahura-Mazda)와 죽음과 어둠, 거짓과 불행을 낳는 아흐리만(Ahriman)이 있다. 페르시아인들은 세계는 이 두 신의 격전장이고 인간의 영혼은 그들의 전리품이라고 보았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일어난 위 두 사건은 그야말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선과 악을 대변하는 듯하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양면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는 “형식은 천국에서 나오고 힘은 지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다양한 요소를 총괄하는 통일 원리이고 사물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 형식의 철학적 의미이다. 힘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삶은 이 두 대극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그림자는 우리를 강하게 이끈다. 부정할수록 더욱 커지는 것이 그림자의 존재이다. 융 학파 분석가인 존 샌포드(John A. Sanford)에 의하면, 우리는 그림자의 삶 속으로 경솔하게 뛰어들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다. 더욱이 그림자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림자는 보다 높은 권위의 빛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살면서 이기적인 욕망과 애착으로 빚어지는 것이 카르마이다. 카르마는 산스크리트어로 ‘무엇을 하다’라는 뜻인 ‘kri’에서 파생한 단어이다. 이 단어에서 영어의 ‘create(창조하다)’가 파생했다. 또 다른 영국 시인 엘리엇(T. S. Eliot)은 “개념과 창조 사이에, 감정과 반응 사이에, 그림자는 자리한다”고 했다. 우리는 자신이 만든 숱한 그림자의 힘에 이끌려 살아간다. 힘을 뺄 때, 실로 놀라운 자유의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긍휼히 여기는 만큼 자신도 긍휼히 여김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혜(심상시치료센터장, 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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