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0년02월27일19시47분( Thursday ) Sing up Log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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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마을문화­아카이브들'의 부활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작은 희망"
김 익 두-전북대 국문과 교수
김 익 두-전북대 국문과 교수



한 해가 또 저문다. 그러나 동지가 막 지났으니, 벌써 하루하루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한 편으로는 또 새로운 내일의 2020년이 열려가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달 달력을 보니, 지나온 12달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였나 되돌아보게 된다. 한 해 동안 필자는 학교 수업이 없는 날엔 주로 시골 마을에 가서 살다시피 하였다. 연말이면 그 결과로 3권의 ‘마을지(village ethnography)’가 나올 예정이다.

올해는 필자가 60년대 후반에 시골을 떠나 전주에 산 지 올해로 만 50년이 된 해이다. 50년 동안 필자가 한 일들은 주로 필자의 소위 ‘전공’이란 것에 얽매여 ‘전공’에 관련된 것들만을 찾아 세상을 떠돈 나날들이었다.

올해엔 그런 필자의 삶과 많이 다른 한 해를 보내었다. 시골의 오래 된 ‘전통마을’들을 찾아 다니며 그 마을이 수백 년 혹은 천 여 년 이상을 가꾸고 온축해온 그 마을의 수많은 다양한 문화적 실체들, 곧 ‘전통 마을문화­아카이브’ 정리에 한 해를 매진한 셈이다.

이런 작업에는 이른바 ‘전공’의 좁다란 통로로는 거의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전공’이란 눈으로 보면 그런 전통 마을문화­아카이브의 몇 십 분지 일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을의 문화는 적어도 자연­인문화경 · 동식물 · 풍수지리 · 역사 · 조직 및 회의 · 지명 · 주민구성 · 방언 · 생업 · 식생활 · 의생활 · 주거생활 · 통과의례 · 사회생활 · 각종도구들 · 세시풍속 · 마을축제 · 놀이 · 민속신앙 · 종교생활 · 의료생활 · 교육 · 서적 및 문서들 · 유물 및 유적들 · 예술 · 속담 및 숙어 · 민요 · 신화­전설­민담 · 기념물 등등, 수많은 복잡한 문화­아카이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이런 수백 혹은 천 여 년 이상을 우리 민족이 전국의 그 많은 마을들별로 축적해온 그 다양한 마을문화­아카이브들을 그대로 방치한 채 돌아보지 않았다. 이런 우리의 마을문화­아카이브는 이른바 여러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압축­근현대화’ 과정에서 이제는 거의 아사 직전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우리 문화의 전국적인 위기를 별로 의식하지 못한 채,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는 그 다양한 마을문화들을 그저 우두커니 지켜만 보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종류의 동식물의 종이 사라지고 있는 자연환경의 위험 못지않게, 우리나라 전국의 그 다양했던 전통 마을문화­아카이브들이 사라지는 것 또한 문화적으로는 지극히 위험한 것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문화­정보­제국주의에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또한, 21세기가 이른바 ‘문화­다양성’을 중시하는 시대임을 우리는 늘 경험하고 깨닫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런 문화­다양성‘의 보고인 우리의 소중한 전통 마을문화­아카이브에는 별다른 총체적인 관심이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한 해를 보내며, 그래도 올 한 해 허락된 시간 동안이나마 시골에서 우리 전통 마을문화­아카이브들의 조사 · 정리 작업에 골몰한 시간들이 행복하다. 이런 작지만 가장 기초가 되는 문화적 기반화 작업들이, 새해엔 더욱 더 활발하게 활성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