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0년09월22일19시03분( Tuesday ) Sing up Log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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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와 기부문화 확산

“전북이 기부문화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 시작해 보자”
성 경 찬-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성 경 찬-전라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연말연시가 되면 으레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봉사활동이나 기부활동으로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전북지역 역시 오랜 기간 묵묵히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천사들이 많다. 그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분이 바로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일 것이다.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여 년간 연말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수천여 만원의 성금을 놓고 홀연히 사라진 후 주민센터에 전화로 성금의 위치를 알려왔고, 이러한 꾸준한 나눔 실천은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되어왔다.

그런데 지난 연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도난 사건이 발생했고 우여곡절 끝에 성금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지만, ‘선행을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범인들의 진술은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샀고, 시민들의 자긍심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금번 사건에 우리가 비분강개하는 이유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회 취약계층들이 여전히 많고, 그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종종 접하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실제 지난해만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는 많은 사회 취약계층들의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군산에서 평소 고혈압과 당뇨합병증으로 병원치료를 받으며 홀로 살아가던 노인이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수일이 지난 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고, 전주에서는 여인숙 장기 투숙하며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인 쪽방에서 폐지 및 고철을 주워 생계를 이어가던 3명의 노인이 화마에 휩싸여 생을 마감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러한 전북지역의 복지사각지대 현황을 중위소득기준 방식으로 추정해 보면, 생계급여 기준선인 중위소득 30%미만 추정인구는 20만3,600명인데 반해 생계급여 수급자는 2019년 기준 7만2,000명으로 약 13만명 정도의 복지 사각지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주거급여 기준선인 중위소득 43% 수준으로 확대하여 추정하면 전북지역의 복지사각지대는 생계급여 기준선의 2배를 넘는 약 27만8,000명 정도로 산출된다.

즉, 현재 전북지역의 경우 중위소득기준 방식(생계급여 기준선)으로 분석한다면 정부 및 지자체의 복지지원체계에서 소외되고 있는 취약계층이 지원을 받고 있는 취약계층의 두 배 수준에 이름을 알 수 있고,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8년 11월 전라북도의회는 「전라북도 저소득주민의 생활안정 지원 조례」를 제정하였고,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전북형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시행하여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 구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수준은 실제 사각지대 규모에 비해 미비하고,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문제를 정부나 지자체의 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전통적인 복지국가들의 경우 모금과 같은 민간자원 동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로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과 비영리부문의 규모가 동시에 커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사회 역시 국가차원의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함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의 다양화를 위한 민간자원, 즉 기부나 자원봉사 등의 영역을 넓혀 수준 높은 복지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전북지역 기부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했고, 도민의 자긍심인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이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금번 사건으로 인해 혹시나 기부문화 확산 분위기에 악영향이 미치지는 않을까 많은 우려를 하였다. 그런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듯 사건 직후 얼굴 없는 천사는 주민센터에 연락해 앞으로도 선행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우리 역시 이러한 얼굴 없는 천사의 마음을 이어받아 전북지역이 기부문화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