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테이프-끈 사라진 마트 곳곳서 `혼란'

1일부터 전국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테이브, 끈 퇴출 직원과 실랑이-테이프 직접 가져오는 등 반응 다양

새해를 맞아 본격 시행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 박스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지면서 일부 혼선이 일고 있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점차 장바구니 사용이 늘고 있어 제도 정착까지의 혼선이 불가피한 가운데 5일 전주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새해를 맞아 본격 시행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 박스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지면서 일부 혼선이 일고 있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점차 장바구니 사용이 늘고 있어 제도 정착까지의 혼선이 불가피한 가운데 5일 전주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5일 전주의 한 대형 마트. 생수와 즉석밥 등 카트 한 가득 장 본 물건을 가지고 나오던 박원영(31)씨가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종이박스와 함께 자율포장대에 놓여있어야 할 끈과 테이프가 사라져서다. ‘포장용 테이프?끈 제공이 중단됩니다’라는 안내문을 뒤늦게 확인한 그가 종이 박스 바닥을 딱지 형태로 접어 겨우 물건을 담긴 했지만, 카트에 싣다 바닥이 터져 물건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박씨는 “환경보호는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1일부터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지난해 8월 환경부와 맺은 자율협약에 따라 포장대에서 테이프와 끈을 모두 없앴다. 당초 자율포장대 자체를 없애기로 했지만, 소비자 불만이 심해지며 종이박스까지 치우는 것은 잠정 보류됐다.
시행 닷새가 흐른 이날은 첫날 보다 고객 혼란은 덜했지만, 장바구니를 준비해 오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손님도 여전했다.

△박스 선호파… 테이프 미리 준비해 오기도
포장대에서 테이프와 끈이 사라지다보니 임시방편으로 박스 바닥을 딱지처럼 접어 쓰는 사람이 많았다. 박스가 고정되지 않은 탓에 물건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실제 이날 기자가 식료품을 구매해 박스에 담아보니 빵과 야채, 라면 등 10개의 비교적 가벼운 품목은 무리 없이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요구르트와 사과 등 무게가 나가는 것이 담기자 박스 아랫부분이 곧 쏟아질 듯 크게 부풀었다.
‘테이프 등이 사라지면 장바구니 사용이 늘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와 달리, 아예 집에서 테이프를 들고 온 고객도 눈에 띄었다. 김모(42)씨는 “마트에서 제공을 안 해주면 집에서 들고 와서 쓰면 된다”며 “환경보호를 내세워 고객 불편만 키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장바구니 준비파… 환경위해 불편 감수해야
양 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나가던 손애라(여?38)씨는 “물건이 많이 담기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환경을 위한다면 이 정도 수고는 괜찮다”고 했다. 장바구니 이용에 불편은 있지만 환경보호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쉽게 옮기기 위해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손님도 많았다. 최모(58)씨는 “박스에 붙은 테이프 분리해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수고를 생각하면 장바구니가 훨씬 낫다”고도 했다.

당초 환경부가 자율포장대 폐지 방침을 내세운 이유도 재활용 되지 않는 일반쓰레기 탓이 컸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간 대형 마트에서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은 658t에 달한다. 또 일평균 생활폐기물이 2014년 4만9,915t에서 2017년 5만3,490t으로 늘어났는데, 이 중 30% 정도가 포장재 폐기물로 추정된다. 비닐봉투사용금지 등 그간 정부에서 내세운 일회용품 규제 정책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이다.
다만 이번 정책 시행에 따라 전주시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 있다. 대형마트의 재사용 종량제봉투 판매 금지 부분이다.
재사용봉투는 일회용 비닐봉지처럼 물건을 담을 때 사용한 뒤 쓰레기봉투로 재사용된다. 지난해 8월 환경부도 이 같은 장점을 내세워, 일회용 비닐 쇼핑백 대신 재사용 봉투 판매를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주시의 경우 지난 2010년 골목상권 보호 취지를 이유로 대형마트 내에서 재사용 종량제 봉투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환경보호와 고객 편의를 위해서는 판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종량제봉투 판매 금지는 전국에서 전주시가 유일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고객 편의와 정부의 환경보호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재사용 종량제 봉투 판매 금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