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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날씨 탓에 속타는 농심

냉해, 웃자람, 병충해 등 피해 우려…농가 시름 깊어져

“올 겨울은 별로 춥지 않아 벌레들이 기승이네요.” 김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박모(60)씨는 벌레가 갉아먹은 배추 이파리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농사는 예년보다 잘됐지만, 벌레가 기승을 부리면서 온전한 배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씨는 “벌레의 알과 배설물 탓에 상품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면서 “엽채류는 물에 닿으면 빨리 상하기 때문에 씻어낼 수도 없어 판매는 일찍이 포기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포근함과 추위를 오가는 겨울날씨 탓에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냉해와 웃자람, 병충해 등 피해가 우려돼서다.

19일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북지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7도 높은 5.5도로 기록됐다. 특히 지난 7일 낮 최고기온은 15도에서 18도 사이를 보이는 등 겨울 기온답지 않은 포근함을 보였다. 기상지청 관계자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가 약하고 열대 해수면 온도가 높아 우리나라까지 이상 기온 영향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당분간 겨울 기온은 평년보다 1도 가량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년 농사를 앞둔 농가들은 농작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겨울철 이상고온으로 과일나무가 냉해피해를 입거나, 겨울잠에서 일찍 깨 올봄에 꽃을 맺지 못할 수 있어서다.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최모(58)씨는 “재작년 4월 갑작스럽게 내린 눈으로 한 해 농사를 다 망친 적이 있다”며 “이미 나무들이 활동을 시작해 물을 많이 빨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꽃샘추위를 견디지 못할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실제 지난 7일 농촌진흥청은 “올겨울 과일나무가 겨울잠에서 깨는 시기는 1월 중순으로, 평년보다 1주일가량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냉해 피해 예방 관리를 당부했다.

월동채소 농가 역시 긴장을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웃자람과 병충해 피해가 발생하면 작물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웃자람은 이상 기온 등으로 식물의 줄기나 잎이 길고 연약하게 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제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손선화(57)씨는 “아직 웃자람 현상이 발견되진 않았지만 비가 많이 내린데다 날이 춥지 않아 걱정이 크다”며 “병충해는 물론 스펀지 마늘같이 상품성 떨어지는 작물이 자랄까 방제 등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따뜻한 날씨로 땅이 얼지 않아 뒤늦은 한파나 꽃샘추위가 올 경우 밭작물은 물론 과수 농가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피해 예방을 위해 보온재를 사용하는 등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양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