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2년01월25일 19:40 Sing up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IMG-LOGO

[데스크의 눈] 익산 도소주(屠蘇酒)의 전통을 살리자

이종근 문화교육부장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11월 28일 12시58분
IMG
예전엔 설 풍습으로, 부녀자들의 문밖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때엔 여자 하인을 곱게 단장시켜 일가 친척과 그밖에 세배해야 할 어른을 찾아 인사와 세배를 대신 전하던 ‘문안비(問安婢)’, 새해를 송축하고 재앙을 막기 위해 신년을 축하하는 의미를 가진 그림을 선물로 주고받던 ‘세화(歲畵)’, 나쁜 기운과 악귀를 물리친다는 의미의 ‘도소주屠蘇酒)’를 새해 첫날 아침에 마시기도 했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저마다의 다짐 거리들을 안고 산에 올라 산의 정기를 받으며 소망을 빌거나, 떠오르는 첫 해를 잘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해를 배경으로 풍광이 아름다운 도시는 언제나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우리에겐 보다 고유한 새해맞이 풍습이 있다. 여러 세시풍속 가운데에서도 술은 특히 우리 문화 속에서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다. 좋은 이들과 함께 기분 좋게 마시는 술은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행복이고 위안이 아니던가. 설날에 마시는 세주(歲酒)로 도소주(屠蘇酒)가 있다. 도(屠)는 ‘잡다’라는 뜻이고, 소(蘇)는 사귀(邪鬼)의 이름이니 '사악한 기운을 쫓아내는 술’, 또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도소주(屠蘇酒)’의 한자를 해체해 의미를 살펴보면 죽은(尸) 자(者)를 위해 나물(菜)과 생선(魚)과 밥(禾)을 차례상에 올려놓았다가 마시는 술이다. 그러다 보니 묵은해를 보내며 새해맞이 풍속으로 집집마다 정성껏 빚은 가양주(家釀酒)를 차례주로 올리고 액땜으로 마신 의미를 지닌 술이다.

‘도소주(屠蘇酒)’는 명의(名醫) 화타에 의해 만들어진 처방이라 알려져 있다. 옛날에는 병에 걸리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그래서 해가 시작되는 날(음력 1월 1일)에 온 가족이 모여 ‘올 한해 무병 건강하자’라는 의미로 이를 마셨으리라. 이날엔 정초에 가례(家禮)를 지내고 음복(飮福) 술 한 잔을 먹을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주어졌다. 이는 어르신들로부터 주시는 대접이며, 조금 성장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조선 전기 익산 출신의 문신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 1486~1562)의 '양곡집(陽谷集)'4권에 ‘제야(除夕)’라는 시에 섣달에 마시는 술이 소개된다. '석양빛이 기울어 깊은 산골에 이르니, 양 귀밑털에 흰 눈과 서리만 더해지네. 세 잔의 납주(臘酒)에 혼미하게 취하고서 황계가 백일가를 부르는 것을 듣네. 강과 산을 방문할 것을 깊게 생각하다가 높은 베개를 베고 자니 한 해가 바뀌었네. 오늘밤에는 가장 좋은 집에서 도소주를 마시니 이미 임자년(壬子, 1552) 사람이 되었네. 남쪽으로 와서 14번 봄이 돌아옴을 보며 손수 매화를 심었는데, 모두 꽃을 피었네. 술잔을 들어 감히 새해 축하를 하며 일문이 부고하고 또한 무재하기를 기원하네'

'납주(臘酒)’는 ‘섣달에 빚어 나눠 마시는 술’ 또는 ‘연말연시에 마시는 술’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책 7권의 ‘丙辰除夕(병진년 제석, 1556년)’이란 시(詩)엔 '도소주' 이야기가 나온다. '징소리가 연달아 마을에 시끄럽고, 구나(駒儺, 역귀 쫓음)에 아이들이 모이네. 해의 차례가 빨리빨리 이르니, 자주 봄에 이르다. 단지 새로움을 자랑하려 하는데, 어찌 옛날의 어리석음을 지키려는가? 도소주를 가득 따라서 나중에 마신들, 다시 어떤 말을 하겠는가?’ 라고 하여 반가와 사대부들 사이에서도 ‘도소음(屠蘇飮)’이 성행했고, 나이 많은 사람이 늦게 마시는 술이 ‘도소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책 권7 '제석(除夕)'엔 '한재(寒齋)에서 제사를 지내며 모두 잠을 자지 않고 등잔불에 웃음과 이야기 소리가 이어지네. 사방에서 윷으로 마냥 올빼미를 사로잡는 놀이를 하고 한 잔의 도소주를 늙은이와 젊은이들에게 전한다’고 했다. 그에게도 ‘도소주(屠蘇酒)’는 사악한 기운을 잡는 술’ 또는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는 술’로 해석할 수 있다. 같은 책 권9의 '경신년영상입춘병입원일(庚申年迎祥立春倂入元日, 1560년)'시에선 '어릴 적엔 항상 세월이 느린 것을 원망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달려가는 것과 같이 빠르다는 것을 알겠네. 일 년은 진정으로 순식간이라, 집에서 도소주 석 잔을 차례로 마시네’ 라고 했다. 60세면 60km, 70세면 70km의 속도로 가는 게 삶이런가.

같은 책 권1의 '영상(迎祥)'엔 '구나(駒儺, 역귀 쫓음)하는 무리가 밤에서 새벽까지 이르려 하고 쇠북소리는 어저러이 사방에 울리네. 곡식이 다하여 한 해 보낼 근심이 뒤따르니, 한 바탕 환호성이 새 봄에 들어가네. 사양하지 않고 도소주를 마시니'라고 했다. 그는 연말연시에 도소주를 즐겨했다. 그만큼 곡절이 많은 삶을 살았다는 의미이리라. 이제는 집집마다 세주를 만들던 풍습도 많이 사라지고 전통주를 만드는 곳에서도 세주를 구하기 어렵다. 오랜 세시풍속으로 내려오는 풍습인 세주를 전통주 양조장과 술테마 박물관에서 계승하고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부터라도 익산의 도소주를 개발하거나 또는 도조수로 쓸 술을 찾아보았으면 한다. 코로나시대를 맞아 설날을 맞아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고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세시풍속을 보면서 잃어버리고 있는 우리 문화의 지킴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 후대에 가면 갈수록 바래 버릴 설날 등의 풍습이 잘 전승되기를 바라보면서, 변화와 개혁으로 옛것을 다시 찾는 전통문화의 계승으로 다시 복원돼 그 풍습이 되돌아 오길 기대해본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종근 기자의 최근기사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CAPTCHA Image [ 다른 문자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