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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해학을 노래하는 평화의 파이터



기사 작성:  이종근 - 2022년 01월 19일 17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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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약을 마중 나온 칫솔(지은이 정덕재, 출판 걷는사람)'은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덕재의 다섯 번째 시집. 농담과 해학, 촌철살인의 입담이 주특기인 시인은 짐짓 능청스러운 태도로 현실 세계를 줄타기하는 광대처럼 건너간다. 아슬아슬함 속에서 신명을 발휘하는 힘이 시집에 담겨 있다.그가 들여다보는 풍경은 우리가 사는 요지경의 축소판이라 떨떠름하면서도 반갑고 그러면서도 애잔하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조문은 받지 않는다며/은행 계좌번호만 남겼다”는 현실 속에서도, “스스로 부고를 준비하는 노인만 남아 있다”는 한탄 속에서도 그는 “코다리찜이 맛있는/부여군 어느 장례식장에 가본 지 오래됐다”('고향 사람이 죽었다는 부고')고 중얼거리며 입맛을 다시는 중년이다. 시집에서는 자본주의의 축소판인 아파트에 사는 소시민의 일상이 여러 차례 중계된다. 꿈에서도 들릴 정도록 발차기 실력을 뽐내는 601호 악동들이 있는가 하면 매번 이상한 냄새의 근원지를 물으며 킁킁거리는 401호 이웃이 있고, 우동 그릇을 덮은 포장용 랩을 재활용 쓰레기로 오인하는 801호 이웃도 있다. 집집마다 이중창문을 달고 얼굴엔 마스크까지 쓰고 있지만 시인의 오감에 걸려든 군상의 면목은 고독하거나 쓸쓸하고 어쩌면 뻔뻔하기까지 해서 안쓰럽다. 그게 다름 아닌 우리 이웃이자 가족의 초상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치약을 짜는 순간 외로움이 밀려왔다”는 군대 간 아들 얘기를 떠올리면서는 “외나무다리 칫솔 위로 미끄러지듯 누군가 걸어 나온다”며 “치약이 세상에 나오면 적어도 한 사람은/마중을 간다”('치약이 나오면')고 표현한다. ‘치약’이라는 단어를 누군가의 ‘손’이나 ‘사람’으로 바꾸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적어도 한 사람은 마중을 간다’는 것, 적어도 세상의 한 존재가 다른 한 존재를 맞이해 줄 것이라고 시인은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삶의 혁명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주창한다.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오늘의 현실은 암울하지만 그럼에도 웃음과 비유를 놓지 않으며 마음속 닫힌 문들을 하나둘 열어 놓게 하는 힘이 정덕재의 시에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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