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벌내음과 바지락의 속삭임이 있는 고창군 심원면 하전마을 갯벌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세계적 람사르 습지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되는 등 세계적 자연유산으로 자리잡았다.
전국 최대의 농어촌마을 하전마을은 230세대에 600여명이 거주하며 바지락생산으로 일본수출과 함께 부자 어촌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늘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인력난 등으로 위협받고 있어 국가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편집자주
◇ 전국 최고의 바지락생산 발자취
청동기시대 대표적인 무덤양식인 고인돌은 전북지역의 60%가량이 고창에 분포돼 ‘한반도 첫수도 고창’이라는 민선7기 슬로건 등장, 거석문화와 농경문화 외에도 해양산업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95km에 이르는 관내 해안선은 구시포항에서 동호항에 이르는 11km의 국내 최장의 직선해안 명사십리와 함께 모래갯벌, 혼성갯벌, 펄갯벌이 순차적으로 퇴적된 고창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갯벌 가운데 하전마을 갯벌은 패류양식장으로 800ha에 이르는 국내 최대 면적이며 최고의 바지락을 생산해 고창지역과 전북 수산업의 허브가 되어 왔다.
이 같은 천혜의 조건을 발판으로 1970년대부터 자연산 바지락 채취에서 양식방식으로 바꿔 안정적인 어가 소득과 함께 수출까지 명성을 떨친 것이다.
현재 고창수협 김충 조합장의 부친인 김인택씨가 당시에 주진천(장수강)에서 자연산 종패 무더기를 발견해 갯벌어장에 살포하면서 양식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국 생산량의 40%이상을 담당하던 하전마을의 바지락 양식은 지난 2012년부터 2년간 바지락 대량 폐사가 발생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후 봄철에 생산되는 국내산 종묘와 가을철의 중국산 종패를 이용해 연간 2모작이 가능하도록 종묘수급 방안이 강구됐으며 바지락 위판장과 냉동냉장, 급유시설 등이 갖춰졌다.
이곳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해 썰물 시기에 6km까지 갯벌이 드러나 부안군 곰소만까지 이동할 정도로 자연 순환과 해류의 플랑크톤이 풍부한 것이다.
이 같은 풍부한 갯벌의 선물만큼 하전마을은 마을단위 60여명의 초등학교 반을 구성할 정도로 큰 부락을 이루며 지금도 230여 세대에서 6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물론 가구당 억대 부자라는 소문이 났으며 163명의 하전 어촌계도 30대 6명부터 40대 18명, 50대 34명 등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 이들에게 다가온 어두운 그림자
지난 2013년경 바지락 80% 이상의 폐사를 경험한 이들은 생명줄과 같은 갯벌상태와 바지락 종패(치폐)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1970년대부터 충청권 종패를 구입하다가 90년대 말부터 2015년까지 전북의 새만금지역 종패를 구입한 이들은 새만금 담수화사업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게 됐다.
권영주 하전어촌계장은 “새만금종패 5천톤은 봄에 살포하고 중국수입종패 3천톤은 가을에 살포했으나 새만금종패의 중단으로 인해 중국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며 “지난해에도 5천톤 수입으로 약 75억 정도의 외화반출이 됐다”라고 하소연 했다.
설상가상 중국종패도 여의치 않아 지난해 3천톤이 부족해 빈 갯벌로 남겨둔 채 올해 생산량이 절반으로 떨어져 바지락 성수기인 현재 5월 판매할 물건이 없는 실정.
이는 새만금담수화로 종패생산 중단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폐사율 증가와 투자비 상승, 수익 감소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의 한빛원전을 비롯해 해상풍력발전 설치, 새만금 해수유통, 분뇨 해양투기 등의 삼중고에 시달린 것이다.
어촌계장은 “중국종패는 한 번에 대량 수입돼 외화낭비 외에도 동시에 대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을 겪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종패종자 대량생산시설 건립과 어민들의 기계화 서둘러라
전북도는 겨울철 축제식 양식장을 활용한 바지락 종자 대량생산에 전국 최초로 성공했다.
전북도 수산기술연구소에 따르면 겨울철 유휴 축제식 양식장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먹이생물 배양 및 수질관리 등을 통해 바지락 종자 60만 마리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도는 이번에 생산한 60만 마리와 실내 사육수조에서 생산한 140만 마리 등 200만 마리를 고창군 연안 갯벌에 무상 방류했다.
이에 따라 도는 봄철 바지락 성장 시기에 맞춰 종자를 생산·방류하면서 어업인과 휴면기 축제식 양식장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전국 바지락 양식 생산의 74.8%를 담당할 정도로 최대 바지락 생산지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약 7000톤의 바지락 종자를 전량 충청남도 및 중국으로부터 종자를 확보해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 바지락 종자의 자연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안정적인 종자 수급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번 축제식 종자생산 기술 확립으로 종자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했다.
고창지역 출신 성경찬, 김만기 도의원은 “오는 2023년까지 총 70억원을 투입해 수산기술연구소에 첨단 ICT를 활용한 패류종자 대량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등 우량종자 생산·보급으로 바지락 양식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곳에도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으로 갯벌 기계화를 서둘러야 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시작된 맨손어업(도수)의 한계는 농촌의 고구마캐기 기계처럼 고압식 기계주문이 신속히 이뤄져야 어민의 안전과 인건비 70%이상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지난 1일 오전 10시부터 전북도청 주차장에서 ‘고창 바지락 승차판매(드라이브스루) 판촉행사’를 열고 심원면 하전어촌계와 고창군 수협에서 바지락 1,500박스와 동죽 500박스를 판매했다.
라남근 해양수산과장은 “봄은 낮과 밤의 일교차 등으로 자칫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계절이다”며 “맛과 영양이 풍부한 고창의 명품 수산물로 면역력을 높여 건강한 봄을 보내길 바란다”고 홍보했다.
◇ 권영주 하전어촌계장 인터뷰
“하전갯벌체험장과 정보화마을을 운영해 마을의 단합과 주민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하전마을에서 7남매 다섯째로 태어나 어촌계 지휘봉을 잡은 권영주(62. 사진)씨는 하전어촌계장과 고창군어촌계협의회장, 전북 64개어촌계협의회장을 도맡고 있다.
그의 리더쉽과 열정은 전북의 삼락농정 수산분과에서 4년간 위원장을 지냈으며 전북 귀어귀촌운영 협의회 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고창갯벌의 세계화와 영구적인 갯벌 보호를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는 그는 하전갯벌체험장도 운영하고 있다. 갯벌체험은 5월부터 10월까지 한시간반동안 성인 1만2천원, 초중고생 8천원, 유치원 6천원 등 전화 063) 563-8831번으로 신청하면 된다./고창=안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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