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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아메리카노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14일 12시32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이다. 2018년 현대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을 보면 353잔으로 세계 세계평균 132잔에 세 배에 가깝다. 대형마트의 판매 1~3위 상품은 쌀과 라면, 커피믹스다. 지금은 원두커피로 밀렸지만, 한때 커피믹스가 판매 1위였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밥보다 우선이다.

커피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이 아메리카노이다. 에스프레소를 뽑아 물을 탄 연한 커피를 이른다. 기호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ml의 에스프레소를 물 250ml 정도에 타면 아메리카노가 된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따뜻하게 마시지만, 무더운 여름 얼음을 채운 아이스아메리카노 인기가 높다.

아메리카노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이탈리아인들의 눈에 물을 탄 묽은 커피가 우습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미국을 뜻하는 ‘아메리카’에 이탈리아어 ‘처럼’을 뜻하는 ‘노’를 붙였다. ‘미국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 같지 않은 커피’라는 멸시의 이름이 아메리카노다.

미국인들이 연한 커피를 마신 데에는 역사적 연원이 있다. 커피가 들어오기 전 미국인들은 영국의 영향으로 홍차를 마셨다. 1759년 식민지 미국을 차지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는 7년전쟁을 벌인다. 결과는 영국의 승리였으나 정부 재정이 고갈됐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식민지의 조세를 높여야 했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설탕과 홍차에 높은 세금을 매겼다.

세금만이 아니라 영국 동인도회사 차 외에 다른 차는 미국에 들어올 수 없는 독점 관세법까지 개정했다. 그러자 값비싼 차를 마셔야 하는 시민들과 차를 밀매해 돈을 벌던 상인들의 불만이 커졌다. 1773년 12월 인디언 복장을 한 미국인들이 보스턴 항구에 정박 중이던 동인도회사 선박에 올라 쌓여있던 차(茶) 342 상자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이것이 보스턴 차(Tea) 사건이다.

보스턴 차 사건은 이후 미국 독립전쟁으로 이어진다. 차를 바다에 버린 범인을 찾는다며 폭력을 행사하고, 억압하던 영국에 맞서 1775년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에 영국과 앙숙이던 프랑스가 협조하면서 미국은 드디어 식민지에서 벗어났다. 차에 매긴 세금이 독립으로 이어진 나비효과였다.

이후 미국인들의 차가 바뀌었다. 홍차를 버리고 커피를 마시게 된 것이다. 영국인들의 음료인 홍차에 대한 거부만이 아닌 당시 커피가 저렴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미국인들에게 에스프레소는 너무 진했다. 그래서 홍차처럼 부드럽게 물을 타서 마시게 됐다. 어쩌면 아메리카노는 자유와 독립을 상징하는 음료인 것이다.

/김판용(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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