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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전북론] 전북특별자치도법은 생명경제인가?

9. 전특자도법 들여다보기

기사 작성:  박은희 - 2024년 01월 21일 14시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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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매회 4,000여 자에 이르는 이 기획연재 기사 제목은 「신생전북론」이다. 이 기획 기사의 의도는 전북특별자치도(이하 ‘전특자도’로 약칭) 출범에 즈음하여 주류 전북인들의 제안과는 다른 전북의 새로운 출범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앞 글에서는 비판보다는 필자들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언급하고자 했으나 이 글에서는 전북특별자치도법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들여다 봤다.



1. 전북특별자치도법은 신생인가? 구생의 확대인가?

2024년 1월 18일 전특자도가 출범했다. 새로운 사고와 행동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진심으로 전특자도의 출범을 축하한다. 그런데 1018년에 ‘전라도’라는 이름이 탄생한 지 1006년이 지나서 전라(북)도의 그 ‘전라’는 사라졌다. 전라도가 전라남도와 전북특별자치도가 된 것인데, 전북과 전라남도로 전라도가 분할된 느낌도 있다. 지금 초등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전라북도의 ‘전라’에 있는 정체성을 되새길 수 있을? 전특자도가 되어 전라북도인들은 전라디언의 굴레를 벗어나게 된 것일까?



전특자도 출범이 신생(新生)이 될지 구생(舊生)의 확대가 될지는 이제 우리 전라북도인들이 하기에 달려 있다. 법의 내용이 어떻든 '특별'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는 우리 전라북도인들이 “특별한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특별’이란 남과 다른 생각과 행동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 ‘특별함’의 최우선은 기존에 지역인들을 대상화해 부르던 ‘도민’ 대신에 ‘특별자치인’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양반상놈을 없애고 모두를 ‘국민’이라 한 이름은 근대체제의 자유, 평등, 정의를 대변하는 희망의 이름이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도민 역시 마치가지다. 그것은 ‘도’라는 행정체에 규율된 이름이지 자치와 주체의 이름은 아니다.

‘정치인’이라고 하지 ‘정치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민’은 피 통치대상을 가리키는 말이고 ‘인’은 지배층을 가리키는 신분제적 말이다. 민이 인이 되는 것이 특별한 일이다. 대한국민이 아니고, 대한국인이어야 한다. 안중근 의사도 대한국민이라고 하지 않고 대한국인이라고 썼다. 민이 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대상화된 주민(住民)이 아니고 주인(主人)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치권, 자치경제, 자치문화, 자치사회 등 정치, 사회, 경제에서 정치인과 행정체가 중심이 아니고 지역인들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전특자도법에 이런 내용은 없다.





2. 글로벌과 생명경제는 조화 가능한가?

언론에서는 줄여서 “전북특별자치도법”이라고 하지만 정식 법률명은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 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다. 본문 131 조항, 부칙 8조로 되어 있다. 이 법률의 시행은 2024년 12월 27일이다. 올해 1월 18일부터 시행된 법률의 이름은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총 28조 부칙 8조로 되어 있다. 전특자도의 1월 18일 출범은 이 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특별법은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 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특자도법)을 말한다.

‘글로벌’도 ‘생명경제’도 특별한데, 글로벌과 생명경제가 결합되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전특자도법 제2조 1항에서는 생명경제를 “생명과 친환경 성장을 목표로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공익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의가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한때 ‘지속가능성’과 ‘성장’이 함께 쓰였지만 지금은 양립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생태∙생명문명론자들의 주장이다.

동법 2조 2항에서는 ‘글로벌생명경제도시’를 “생명경제 활동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국제적 기준을 적용하는 지역적 단위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대량생산의 포디이즘, 글로벌한 국제 분업, 자본국경의 철폐 등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각 지역들의 자치경제와 지역선순환경제를 파괴해 온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글로벌’과 ‘생명경제’는 당초부터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개념이고, 이 점을 의식하여 철학계나 비주류 경제학계에서는 지금은 ‘지구화’라는 말을 쓴다. ‘지구화’란 인류세와 기후대벽혁 시대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과 자치활동에 대하여 존중하고, 그들 모두를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할 수 없고, 획일화 또는 표준화할 수 없고, 신자유주의 글로벌화에 대항한 성찰을 담은 내용이다.





3. 전북특별자치도법은 개발특례법이다

‘생명경제’란 주로 탈근대적인 철학과 비주류 경제학에서 제안했던 개념이다. 한국에서는 김지하가 생명사상을 주창했고, 「신생전북론」의 다른 필자인 주요섭은 생명사상을 사회학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생명경제란 한마디로 근대적 성장이 아닌 다른 방식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고 모든 생명체의 존엄이 최우선이어서, 우리는 강물길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고, 나무 한 그루도 마음대로 벨 수가 없는 것이다. 경제는 자본의 성장이 아니고, 행복을 위한 것이고, 생명의 존엄성을 향해서 전개되는 것이 생명경제의 내용이다.

그렇다면 종자를 민간자본에 허용하고, 기업에게 스마트팜을 허용하는 것은 생명경제의 본래적 뜻에서 반생명경제라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가?



농민들이 빚더미에 시달리는 이유는 종자를 해마다 거대 종자기업에서 사 와야 하고, 금비라고 하는 비료를, 농기계를 움직이는 석유도 사 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까지도 통계에 넣는다면 식량자급률은 5%도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종자회사가 제공하는 종자는 씨앗을 채집해도 싹이 나지 않고, 농약도 종자회사 것을 써야 효과가 있다. 수 만 년 농민들이 자주육종해 온 종자를 적당히 개량하여 기업들이 특허란 이름으로 빼앗아가는 것이 어찌 생명경제인가? 스마트팜을 찬성하는 것은 농민공동체적 소유를 전제하는 것인데, 지금 스파트팜을 하는 이들은 몇 억도 아닌 몇 십억 부채에 시달리고, 맛도 덜하고, 투입비도 커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들 한다. 스마트팜은 요소투입 자본산업이지 농사가 아니다.



전특자도법 제22조(농생명지구 내 진흥사업 지원)는 농생명산업의 내용을 “1. 식품 및 바이오산업 활성화를 위한 집적화 단지 조성과 기업 등 지원, 2. 민간육종단지 및 종자생명클러스터 입주 기업 등 지원, 3.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된 스마트산지유통 시설 등 지원, 4. 약용작물 육성을 위한 연구ㆍ가공ㆍ유통 시설 등 지원, 5. 저탄소농산물ㆍ친환경농산물ㆍ농산물우수관리 등 인증 농산물의 생산ㆍ유통 지원, 6.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을 위한 기업 등 지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의 내용은 현재 소농, 고령농, 한계농(이하 통칭 소농)으로는 결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농민멸종 법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자본에 의한 농산업이다. 소농의 한계 극복을 위해서는 농어민 자주권, 자치경제권을 살리는 대안으로 소농연합 농어업협업화, 반농반도반공(半農半都半工)의 연합농공체제(필자의 개념으로는 농시(農市))가 주장되어 왔으나 외면되어 왔다.

농민은 이미 경쟁력이 없다고 국가와 자치단체가 이미 판단하고 그렇게 가는 것이 전특자도법의 ‘생명경제’ 개념이다. 여기서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과 관련해서 짧게 말하면 인간의 쾌락을 위해 거대한 식량(먹이)을 먹고, 실험실에서 배양되는 동물산업 자체가 반생명적이다. 동물은 인간과 반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의 보호가 필요한 동물은 돌봐야 하지만 동물산업은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동물복지고 생명경제다.

글로벌한 국제적 기준이란 이른바 개발에서의 규제 철폐를 의미하는 것이지 국제적인 노동 기준, 국제적인 인권 기준, 국제적인 환경 기준, 국제적인 복지 기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면한계로 전특자도법을 조항마다 자세하게 따질 수는 없다. 전특자도법의 모든 조항들은 한마디로 개발특례를 주는 법이다. 생태환경단체는 이 법으로 인해 전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따로이 대안을 말하지는 않았다. “비판만 하고 대안은 없냐”라는 노파심에서 사족을 달자면 앞선 글들에 필자들의 대안이 있음을 참조하기 바란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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