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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발걸음]풍수지리의 입지론을 따른 담양 영천리 고인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22일 14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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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국정신과학회지에 “고인돌시대 한반도 자생 풍수입지”라는 논문을 발표했었다. 당시 고인돌 연구자와 마찬가지로 고인돌 덮개돌과 받침돌의 방향성이 가지는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지금도 고인돌의 방향성에 대한 연구자들의 논의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물론 고인돌 덮개돌의 장・단축, 받침돌 통로 등의 방향성이 가지는 의미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더욱더 그렇다. 고인돌의 다양한 특징들을 천문학과 지리학으로 접근하면 그 의미는 매우 커지는데도 말이다. 특히 성혈의 해석이 아닌 고인돌의 덮개돌과 받침돌 방향의 천문학 해석은 더 그렇다. 이런 접근에 있어 고인돌 덮개돌의 전면과 후면 개념 정립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동안 연구결과, 고인돌의 앞면은 장축의 두 끝부분 중 상대적으로 더 좁고 뾰족하거나 튀어 나왔다. 뒷면은 장축의 다른 면보다 평평하거나 넓었다. 원형에 가까운 괴석형의 고인돌은 북극성을 상징한 경우가 많아 앞뒤 구별이 큰 의미는 없었다.

한편, 전면이 낮고 후면이 높은 전저후고(前低後高)의 지형에서 고인돌의 축조는 당연히 앞이 낮았다. 대부분 고인돌의 뒤에 산이 있고, 앞에 하천이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세를 갖춘 터다. 이는 촌락이나 건축물이 들어설 이상적인 지형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평지의 고인돌은 조금 다르다. 이런 곳의 고인돌은 선사인들이 의도하는 방향성을 읽어야 한다. 이때 고인돌의 앞뒤 구분이 중요하다. 고인돌의 앞면과 뒷면이 가지는 방향성은 선사인들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문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배산임수, 전저후고, 전착후관(前窄後寬)은 전통적인 풍수지리 입지론의 기본적인 지세 개념이다. 고인돌 연구자들은 배산임수나 전저후고의 지형에 하천을 따라 고인돌을 설치했다고 기술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어느 지형이건 배산임수나 전저후고의 지형이 아닌 곳이 없다. 고인돌이 이러한 풍수지리 입지론에 앞서 나온 체계이고, 이를 바탕으로 풍수지리의 입지론이 체계화 되었을 것이다. 고인돌이 축조된 입지는 풍수지리의 입지론에 더해 천체의 움직임까지 땅에 반영했다. 고인돌은 천문학과 지리학의 과학체계를 반영했다. 영천리 고인돌은 그 원리를 충실히 따랐다.

영천리 고인돌이 있는 담양에는 총 233기의 고인돌이 조사되었다. 담양 고인돌들 중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 것이 영천리 고인돌이다. 이 고인돌은 담양군 무정면 영천리 45-2의 민묘군에 있다. 영천리 죽산마을 남쪽 영천산의 줄기가 북쪽으로 발달하다가 동에서 서로 흐르는 오래천과 영천 들녘에 멈추었다. 고인돌은 정남에서 정북으로 발달한 구릉에 축조되었다. 오래천의 넓은 충적지를 바라보는 위치다. 고인돌 크기는 길이 7m, 폭 3.2m, 두께 1.7m 규모다. 장방형의 개석식 고인돌로 장축이 확연하다. 이 고인돌의 장축은 125°-305° 방향으로 놓였다. 동지 일출지점은 265m의 산 정상이다. 반대인 305°의 하지 일몰지점은 575m의 삼인산이다. 붓의 모형처럼 하늘로 치솟은 목형의 산세이다.

덮개돌 장축의 125° 방향은 지형이 높고, 그 반대의 305° 방향은 지형이 낮다. 선사인들은 동 시간대의 일출과 지는 별들, 일몰과 뜨는 별들의 천체현상을 통해 시간과 기상 및 길흉을 예측했다. 청동기시대 삶의 공간인 마을은 대부분 따뜻한 남향이나 동향을 선택했다. 신성한 공간도 좋은 터를 잡았다. 그러나 영천리 고인돌은 그 반대인 북서향으로 배치했다. 산세가 남북축이고, 물도 바로 앞 동서로 흐름에도 불구하고 고인돌은 남동-북서로 배치했다. 즉 배산임수 배치에 있어서도 세밀한 접근과 해석이 필요한 이유다. 거기에 동지와 하지의 일출지점을 배후의 봉우리에 맞췄다. 대신 동쪽인 춘추분의 일출지점은 열린 공간의 낮은 지형이다. 이곳 고인돌은 동쪽에 높은 산지가 있다. 반대인 서쪽과 남쪽이 크게 열렸다. 영천리 고인돌의 배치엔 태양과 별들의 움직임을 담았다. 그리고 주변의 지형지세를 적절히 이용하여 일출과 일몰의 지점으로 삼았다. 풍수지리의 입지론보다 더 앞서 하늘과 땅의 자연과학이 적용되어 축조된 한반도 자생풍수의 개념을 담은 고인돌이다. /이병렬(고창 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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