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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역사 달력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19일 14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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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진안에 근무하는 학교 역사(사회) 담당 선생님 앞으로 역사 달력이 배부되었다. 호기심 깊게 찬찬히 살펴보니 진안군에 있는「대한 이산묘」영광사에 모신 인물을 담은 역사 달력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립기념관이나 많은 문화원에서 역사 달력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지만 지역 교사들이 의기투합하여 이런 작업을 한 사례는 드물었다. 학교 달력이 학교의 교육 일정을 중심으로 제작한 것이라면 역사 달력은 지역의 역사, 문화재, 인물 등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제작하여 나름대로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 달력은 지역 교사로 구성된 ‘진안 상상 동아리’에서 제작하였다. 그야말로 많이 고민하고 상상을 통하여 만든 값진 성과물이었다. 특히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대한 이산묘」 영광사에 모신 인물을 실었다는 점은 의미가 매우 크다. 여기에는 을사늑약 이후 순국한 선열 34위가 모셔져 있기 때문이다.

역사 달력에는 이산묘의 영광사에 모셔진 인물 중 11분이 순국한 날에 맞추어 실었다. 나머지 한 달은 이산묘에 대한 설명을 달았다. 역사 달력을 만든 교사들은 “헤아릴 수 없는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가시밭길로 뚜벅뚜벅 가셨던 분들의 삶을 단 몇 줄의 문장으로 표현함에 용서를 구하며, 또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겸손함을 표현했지만, 매월 실린 인물에 대하여 알기 쉽게 편집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 엿보였다. 인물의 특징을 살린 캐리커처와 연보, 관련 유적지 그리고 인물마다 남긴 절절한 애국심의 표현은 압권이었다. 가령 이석용 의병장이 대구 감옥에서 읊은 마지막 시 “하늘에는 항상 해와 달과 별빛이 비치지만 내 가슴속에 일편단심 나라를 구하는 것뿐이다. 천추에 오직 내가 해야 할 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죽는 일이요. 이것만이 나를 편안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 선생 사형 선고 뒤 최후 진술 “너희 법이 불공평하여 나의 생명을 빼앗지만, 나의 충혼(忠魂)을 빼앗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나를 교수형에 처한다면 나는 죽어 수십만 명의 이재명으로 환생(幻生)하여 너희 일본을 망하게 할 것이다.”가 그 예이다.

역사 달력에 실린 인물은 이봉창, 민영환같이 이미 많이 알려진 분과 민긍호, 고광순 등 생소한 분들도 함께 실었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을 접할 수 있어 오히려 교육적인 역할을 한다. “일본을 삼키려 했던 호남의병의 우두머리 기삼연” “해산 군인을 이끌고 의병운동을 의병 전쟁으로 승화시킨 민긍호” “최초의 한국 근대 수학 교과서인 산술 신서를 편역한 헤이그 특사 이상설” “법정에서도 호통쳤던 국권 회복기 최초의 의병장 이석용” “주중 일본 공사 처단 계획할 때 운전사는 죽이지 않을 방법이 없겠느냐고 고민한 백정기” “호남의병의 정신적 지주 전기홍” “평범한 조선인 소년에서 한인애국단 제1호 단원이 된 일본 영감 이봉창” “용맹하고 당당했던 이재명” “삼백 년 세월을 두고 다시 태어난 의병의 정신적 지주 고광순” “창고의 곡식을 내어 재앙을 구하고 조세 부담을 줄여 백성들을 살아나게 하셨던 장태수” “자결한 곳의 마룻바닥을 뚫고 대나무 네 그루가 자라난 대한제국 말의 충신 민영환” 등이 역사 달력에서 만날 수 있는 인물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사를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역사책이 될 만큼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문화원, 역사박물관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인물이 담긴 역사 달력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작업도 의미 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당시 ‘진안 상상 동아리’ 교사들이 만든 역사 달력을 1년 동안 필자의 책상머리에 놓고 지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지역에서 역사 달력 작업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훈(진안문화원 부원장·전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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