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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억 품은 '옷' ,작품이 되다

전주 교동미술관,‘2024 박물관·미술관 주간’ 기획 ‘공동의 옷(Community Clothes)’전 개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6월 12일 08시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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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교동미술관은 1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월요일 휴관) 미술관 2전시실에서 ‘2024 박물관·미술관 주간’ 기획 ‘공동의 옷(Community Clothes)’전을 갖는다.

‘2024 박물관·미술관 주간’ 프로그램에 전북 유일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바,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1부 전시 ‘유연한 공간 : 연대의 힘 Flexible Space : The Power of Solidarity’(5. 7-6. 2)에 이어 2부 전시를 마련했다.



‘유연한 공간 : 연대의 힘’에서 섬유방직공장과 여성 노동자라는 장소성과 서사를 가진 교동미술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성별, 세대, 계층을 초월한 연대를 고민했다. 장소의 지향점이 ‘사람과 삶, 공동체’인 것에서 착안, 2부 전 ‘공동의 옷(Community Clothes)’은 여성미술가와 시민들이 공동의 작업 방식을 통해 이룬 ‘옷’을 매개로 한 실천적 미술을 보여준다.

전시는 고보연, 한숙 작가와 김남순, 김양님, 김란희, 조귀봉 등 4명의 시민 등 6명이 꾸린다. 시민들이 기증한 옷으로 고보연의 ‘정희의 일기’를 오마주한 작품을 시민들과 공동으로 제작하는 전시 연계 워크숍인 ‘Link of Clothes’의 교육 결과 전시이다. 고보연의 ‘정희의 일기’(2022~2024)는 이모 ‘정희’로 대표되는 작가 주변 여성들의 삶의 무게가 담긴 옷을 해체하고 연결하는 작업이다.

옷을 자르고 다시 연결하는 작업방식은 개별적인 여성들의 서사를 한데 모으는 것과 같은 ‘연대’를 상징한다. 개개인의 개별적인 서사를 한 데 엮는 것은 마치 머리를 땋는 것처럼 천 혹은 잘린 옷 조각을 세 갈래로 땋는 것으로 가능해 진다. 매듭을 땋기 위해서는 개별을 넘어서 둘 이상의 타자를 전제로 한다.



‘Link of Clothes’에서 한자리에 모인 할매공방 할머님들과 고보연, 한숙 작가는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 타인에게 자연스럽게 천으로 된 줄을 잡아 달라 말하며 그렇게 둘 이상의 천 조각을 머리 땋기 하듯 땋아갔다. 작품이 될 옷은 시민들의 기증으로 이루어진, 저마다의 사연이 담긴 옷이었다. 옷장 한 켠에 자리한 개인의 소중한 옷을 기증 받아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공동의 옷’을 완성하게 된다.

전시는 ‘사적인 옷’을 “개인의 사적인 기억과 개별 서사가 담긴 옷”이라 칭하고, “둘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함에 따라 공동의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는 옷”을 ‘공동의 옷’이라 정의 내렸다.

고보연은 자전적 경험에서 나온 여성의 출산, 육아, 그리고 여성의 삶의 무게와 시간을 담으며, 그 지난한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예술로서의 자르기, 매듭 짓기의 행위를 한다. 고보연은 군산에서 지역 어르신들 혹은 장애인들과 미술 활동을 해 왔다. 교육 수준, 학력과 같은 것들과 무관하게 자신의 경험과 기억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미술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미술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 관계를 지속 해오고 있는 전주 지역의 작가로는 한숙이 있다. 한숙은 2010년부터 ‘할매공방’을 운영해 오며 어르신들과 바느질, 자수, 드로잉 작업 등을 해 왔다. 할머니들과 공동 작업으로 ‘봄날은 간다’(2015)와 같은 이불보 작업을 하기도 하는가 하면, 할머니들이 입고 온 모시나 삼베 옷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공동으로 옷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한숙 작가는 자신을 대변하는 옷으로 ‘한복’을 입게 됐다. 십 년 넘게 그 인연을 이어오며 할매공방은 잠시 중단되었지만, 여전히 할머님들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전시는 고보연의 ‘정희의 일기’ 시리즈 중에서 정희 이모의 예복으로 만든 ‘정희의 일기’(2023)와 고보연 작가의 옷과 고모가 선물해 준 스카프로 만든 ‘나의 일기’(2023~2024)를 포함, ‘정희의 일기’를 오마주해 고보연, 한숙, 할매공방(김남순, 김양님, 김란희, 조귀봉)이 공동 창작한 작품으로 구성된다.

또, 한숙과 할매공방이 합작으로 만든 옷인 ‘어울림’(2020), 조각보 형식의 이불보인 ‘봄날은 간다’(2015)가 함께 전시된다. 1부 전시 ‘유연한 공간 : 연대의 힘’에서 고보연의 ‘땋기_그 연대의 힘’(2024)을 포함한 작품 사이를 거닐며 성별과 세대를 넘나드는 ‘연대’를 주제로 한 정종웅과 최민선의 퍼포먼스 영상이 함께 상영될 예정이다.

일상의 영역에서의 ‘옷’을 예술로 들여와 시민의 옷 기증과 작품 제작 워크숍 참여로 이루어진 공동의 창작 행위는 기존 예술과 삶의 경계, 미술인과 비미술인의 경계를 허문다. 또한, 개인의 옷에서 나아가 작품으로 재탄생되기까지 타인의 손을 거쳐 이루어진다. 과거의 기억을 가진 옷은 작품으로 만들어지며 또 다른 공유 경험이 되고, 전시를 보고 있는 관람객의 시간과 만나 또 다른 상호작용을 한다.

김완순 관장은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모이듯 유대를 감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옷이나 밥, 집 따위의 의식주를 말할 때 우리는 ‘짓다’라는 동사로 서술한다”면서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짓기도 한다. 옷과 예술을 통한 타자와의 만남은 연결되어 있다는 유대감과 함께 관계 짓기를 시도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예술은 삶과 밀접하며, 예술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진 미술에 시민들이 참여함으로써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면서 “‘공동의 옷’을 지으며 타인과의 유대를 감각하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했다.

한편, 교동미술관 1부 전시에서 집계된 관람객 수는 5,000명을 돌파했으며, 국내 주요 미술전문지인 ‘월간미술’(2024년 6월호)에 소개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지역 예술 활성화를 위해 선미촌에 위치한 뜻밖의 미술관과 연계, 지역 주민들에게 더 많은 예술 경험을 제공했다. 이 밖에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인문학 강연은 2회차로 진행됐다. 철학자 허경의 ‘비정상이란 무엇인가? 섹슈얼리티의 역사’와 싱어송라이터 신승은의 ‘싱어송라이터의 작사법’ 강연을 통해 시민들에게 풍부한 지식의 장을 마련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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