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사설] '3급 군사기밀' 암구호 담보로 돈을 빌려주다니

군 장교에게 돈 빌려준 사채업자 구속 기소
불법 대부를 위해 군사기밀자료 불법 거래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0월 06일 15시42분

3급 군사비밀인 암구호를 담보로 현직 군인들에게 대출해준 뒤 이를 빌미로 협박까지 일삼은 불법 사채업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주지검 형사3부는 전북경찰청 안보수사1대, 국군방첩사령부와 공조수사를 통해 금전 대출에 대한 담보로 암구호를 수집한 사채업자 A씨 등 3명을 군사기밀비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군 간부 10명에게 암구호를 알려주면 대출해주겠다고 제안해 모두 7개의 암구호를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안을 받은 군 간부 10명 중 B대위, 부사관 2명 등 3명이 A씨에게 암구호를 넘겼다. 이들은 인터넷 도박, 코인 투자 실패 등으로 빚을 지자 사채업자에게 수십만∼수백만원씩 돈을 빌렸다고 한다. A씨 등은 암구호 이외에도 피아 식별 띠(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기 위해 군모나 군복에 두르는 띠)나 부대 조직 배치표, 산악 기동훈련 계획서 등을 담보로도 돈을 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암구호는 상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피아식별용 비문(秘文)이다. 이는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3급 군사비밀로 규정하고 있다. 또 매일 단어 형식으로 변경될 뿐 아니라 외부 유출도 엄격하게 금지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수집한 암구호 등을 채권추심 협박용으로 사용하였으나, 현재까지 이를 외부로 유출하거나 반국가단체 등에 제공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들은 군인 외에도 채무자 41명에게 합계 1억 8,560만원을 대출해주며 연 3만416% 이자를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국군방첩사령부가 지난 5월 B대위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면서 암구호를 알려준 정황을 포착하면서 시작됐다. B대위는 지난 1월 상황실의 암구호 판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뒤 사진 파일을 사채업자에게 보내주고 2회에 걸쳐 모두 1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검·경과 방첩사는 암구호가 채권추심 협박용 외에 북한 등으로 흘러갔는지도 수사했으나 대공 용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니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불법 대부를 위해 군사기밀자료를 불법 거래한 신종 유형의 범죄로, 관련자들이 유출·수집한 암구호 등 민감한 군사정보가 반국가단체 또는 외국에 전파될 경우 국가안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현직 군 간부들과 사병으로 만기 전역하여 군 경험이 있는 대부업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범행을 했고, 군 기강 확립 및 국가안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완벽한 제도 정립과 교육 방안이 마련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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