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삶의 향기]걷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기사 작성: 박은희 - 2024년 11월 21일 14시39분

우리는 움직이며 살고 있다. 그 움직임들은 우리 몸을 만든다. 걷기는 꼭 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으로 내 몸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바른 자세의 걷기는 세 개 층이나 되는 발바닥의 근육뿐 아니라 하지의 근육을 전체적으로 운동시켜 혈액순환 증가 및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여 콜레스테롤 조절은 물론 혈당 조절, 체중 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 이 외에도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성인병을 예방한다. 또한, 신체적인 운동 효과뿐만 아니라 정서, 정신건강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데, 걷기를 통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와 엔돌핀과 같은 스트레스 해소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또한, 뇌에도 좋아 기억력 증진, 치매 예방에도 좋다.

‘와사보생(臥死步生)’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이 걷기를 즐겨 하고, 중요시하여 최고의 운동이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한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안 하는 거보다는 건강에 좋지만, 걷기는 이동 수단에 가깝지, 좋은 근력 운동이나 이상적인 유산소 운동은 아니다. 즉, 만병통치약이라 말하기는 좀 어렵다. 몸의 균형이 맞지 않아 하중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거나, 통증이나 다른 질환이 있으면 주의해야 한다. 각 개인의 몸 상태나 체력 수준에 맞는 걷기 속도, 걷는 시간이 달라야 하는데, 만 보는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걷기가 만병통치약이라 생각하고, 한 시간 이상을 매일 걷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연골이 약하고, 몸의 변형이 심한 사람은 오히려 관절 건강에 좋지 않다. 시간 들이고, 힘들게 한 운동이 안타깝게도 몸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운동은 전문가를 통해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에게 맞는 이상적인 운동 처방을 받아서 바른 자세로 알맞게 해야 한다. 오랫동안 해 온 별거 아닌 잘못된 동작이나 운동이 돌이킬 수 없는 질병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센터를 찾는 회원 중에는 허리의 문제로 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퇴행성 디스크 질환, 척추관협착증으로 허리 통증과 하지의 방사통을 동반한다. 그런 환자들에게 병원에서 대부분 걷기를 권장한다. 그래서 걷기를 열심히 했는데,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오히려 아픈 데가 더 생겼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허리가 안 좋은 사람들의 원인을 보면 잘못된 자세나 생활습관으로 코어 근육, 하지 근육의 약화, 신체 불균형으로 오랫동안 변형되어 생긴 결과다. 통증 주사, 약, 수술 등으로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직접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다. 특히 이런 환자들은 장시간 통증과 제한으로 운동을 못 했기 때문에 근력이나 가동성이 떨어져 바로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은 무리가 될 수 있다.

걷기는 코어를 중심으로 한 팔다리의 움직임으로 한다. 걷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움직이는 모든 관절의 가동성과 근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력에 대항해 골격을 이루는 뼈, 관절, 근육, 인대 등의 전체적인 균형이 잘 맞아야 걷기 운동 시 손상 없이 충격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팔다리 움직임의 핵심이 되는 코어 근육 약화나 허리를 받쳐주는 둔부와 하지 근육 약화는 보행의 큰 영향을 주고, 척추를 받치고 있는 골반, 골반과 다리를 연결하는 고관절, 허리와 인접한 흉추의 가동성이 제한되면 자연스러운 보행이 어려워진다. 물론 어깨관절, 목의 위치, 무릎, 발목, 발의 아치 등도 중요하다. 이렇듯 허리의 문제뿐만 아니라 잘 걸을 수 있는 전신의 근육과 각 관절의 유연성, 정상적인 신체 밸런스를 가지고 있어야 이상적인 걷기 운동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모든 운동이나 스포츠가 마찬가지다. 내가 현재 하는 운동이든 하려는 운동이든 그 운동을 잘할 수 있는 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내가 걷기 운동을 통해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몸 상태가 안되면, 틀림없이 문제가 생긴다.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유웅서(체육학 박사·액티브코어 운동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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