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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자유

[책마주보기]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서운정)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1월 25일 07시56분

인생을 하나의 긴 기대라고 정의한 샤르트르에 따르면 어떤 기대가 충족되면 그것으로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또 다른 기대를 취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기대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자유로운 존재라고 인간을 해석한다. 그런데 존재를 기다리고 있는 내일이 고통뿐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 비포 유'의 윌은 예고 없이 찾아온 사고로 사지마비가 되어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이때 윌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된 루이자를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윌을 간호하며 루이자는 점차 윌의 고통이 곧 자신의 고통이라는 동일시를 느끼지만 완전한 동일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은 개별적 존재이기에 타인의 인생에 온전히 개입될 수 없으며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없다는 자각인 셈이다. 따라서 사랑은 둘의 관점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홀로 함께 있음’이며 서로의 고유성이 한 곳을 바라보는 것임을 보여준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실존주의적 관점에서 윌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루이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새로운 존재로의 희망이 싹트는 듯했으나 이 책은 개별적 주체로서 죽음을 선택한 윌의 선택을 부각한다. 샤르트르가 죽음을 자기 변신이 불가능한 존재의 상태로, 미래를 향해 자기 자신을 기투할 수 없는 것으로 본 것과 가깝다. 이는 물리적 죽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체의 죽음이 더 짙게 드리워진 언술로써 인간 주체의 선택과 자유가 상실됨과 같다.

따라서 선택의 자유는 인간 존재의 핵심이며, 이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죽음을 선택한 윌을 통해 죽음의 선택은 실존으로 존재할 때 가능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루이자는 사랑의 힘으로 죽음을 선택한 그의 선택을 되돌리려 하지만 사랑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루이자는 윌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그에게 살아주길 바라는 것은 이기심인지 모른다. 루이자가 윌의 존엄한 죽음을 막고자 하는 행위는 표면적으로 이타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감당해야 할 그녀의 두려움과 상실감을 피하기 위한 이기적인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루이자는 윌의 선택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자기를 포기할 용기와 자기를 넘어설 용기가 있어야 타자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이면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 루이자는 윌을 만나지 않았던 때보다 세계관이 확장되고 의식도 성장한다. 윌을 만나기 전의 그녀가 비주체적이었다면 윌과의 만남을 계기로 자기 주체적 존재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주체 존재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죽음 선택을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활자의 유랑이 가볍지 않다.

서운정 작가는

군산 출신. 제18회 ‘바다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솔바람소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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