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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가을의 끝자락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1월 27일 14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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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무상하다. 갑진년의 달력이 11월이다. 날이 새면 항상 같은 아침을 맞았는데 봄 여름을 언제 보냈기에 어느덧 가을의 끝자락에 와 있다. 단풍이 계절의 변화 앞에서 낙엽으로 변신한다. 사람도 세월 속에서 생멸을 같이한다. 초목은 해마다 생멸하는데 인생은 백세 살기가 어려운데도 마음은 천년을 살 것처럼 한다. 부질없는 일이려니 하면서도 사람은 그렇게 살아왔다.

들판이 황량하다. 봄날 농부의 바쁜 모습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추수를 마치고 허허로운 들판이다. 보기가 민망해서인지 추수한 벼포기에서 새싹이 돋아났다. 언 듯 보기에 다시 모내기한 모습이다. 일찍 추수를 마치고 따뜻한 가을 날씨가 그려낸 풍경이다. 날씨 춥고 서리 내리면 시들어 버릴 터이니 오래 푸른 모습을 지니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다음 해를 기약하려는 농부가 논바닥의 짚 더미를 정리에 바쁘다. 계절은 오면 가는 것, 사람은 그 가운데서 준비하고 맞으면서 한 해를 보내고 맞이한다.

산야의 빛깔이 심상치 않다. 푸르고 창창하던 산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 일곱 빛깔로 물들이는 듯 형형색색이다. 자연을 벗 삼아 가을 끝자락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는 탐방객들이 유명 관광지를 찾는 관광버스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모든 것이 때가 있으니 좋은 날 잡아 즐기는 것이 사람의 바람이다. 세월은 잡을 수 없으니 내가 맞이하는 것이 상수다. 옛말에 세월 속에 늙어 감이 서러워 오는 세월 가시로 막으려 했더니 세월이 먼저 알고 머리에 하얗게 앉았더라는 말이 있다. 그저 오면 맞이하고 가면 보내면서 그 속에서 함께 인생 여정을 누리는 일이 상수 아닌가 싶다.

단풍이 제 자리를 잃었다. 늦가을에 노란색으로 물든 은행잎이 기력이 다했는지 낙엽 되어 땅으로 내려앉는다. 바람 만나면 바람 따라 이끌리고 밀려서 몸을 맡긴다. 어쩌다 차도에 떨어지면 자동차 바퀴에 이리 밟히고 저리 깔려서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처절한 굴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치건만 연신 오는 자동차에 사정없이 다시 깔리고 있다. 참으로 서러운 모습이다. 언제는 고운 단풍에 탄성을 보내더니 낙엽으로 딩구니 아무도 관심조차 없다. 처연하여 조곡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다. 어쩌다 이곳을 벗어난 낙엽 군상이 한군데 소복이 쌓여 있다. 다음 해 어디에서 자연을 가꾸는 데 필요한 영양소로 소임을 하면 낙엽으로 값진 일이리라.

겨울 준비로 바쁘다. 겨울 준비의 대미는 누가 무어라 해도 김장이라 생각한다. 김장하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다. 옛날에는 생배추를 시장에서 사 오면 한 포기를 몇 조각으로 나누어서 소금물에 절여서 숨을 죽이고 간이 들도록 한다. 몇 시경이 지나서 숨죽은 배추를 맑은 물로 씼어서 간물을 빼서 갖은양념을 다하여 반죽한 고춧가루를 배추의 속에 넣어주고 바르고 문질러서 김장한다.

요즈음은 간을 저려서 파는 업체가 생겼다. 비닐봉지에 얼마의 무게로 포장해서 소비자가 필요한 양만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양념 고춧가루도 업체에서 생산하여 팔고 하니 참으로 편리하고 수월한 시대가 되었다. 아예 담아 놓은 김장을 통째로 사는 경우도 있다. 개인이 하던 일을 업체가 대신하는 세상이다. 겨울 혹한기를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배추가 인간에게 온몸으로 봉사하는 고품격의 생애를 마치고 있다.

오면 가는 것. 성장하면 쇠망하는 것이 모두가 근원이 있음이다. 가을 벌판이 허허로운 것은 봄이 있어서 벼가 익어 가는 여름을 거쳐 추수하였기 때문이다. 나뭇잎이 울울창창하다 낙엽 되는 것 또한 성장하면 쇠락하는 이치가 아닌가. 사람도 태어나면 돌아가는 것. 이 또한 자연 순환의 순리이려니. 가을의 끝자락에서 상념이 머문다.



윤재석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등단, 은빛수필문학회 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전북문인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상: 대한문학 작가상, 완산벌 문학상, 은빛수필 문학상, 진안예술상

수필집: 삶은 기다림인가. 작은 둥지. 저서: 진안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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