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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플라스틱의 역습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01일 13시33분

풍요로운 삶은 쓰레기도 그만큼 많아진다. 못 먹던 시절을 경험한 세대들은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달음식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쓰레기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먹고 싶은 만큼 먹고, 버리면 그만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분리수거를 안 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한때 도심 쓰레기의 상당량은 연탄재였다.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우면 연탄재를 깨서 뿌렸다. 쓰레기 처리도 하고, 안전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시대가 바뀌면서 쓰레기도 달라졌다. 지금은 플라스틱이 제일 많다. 거의 모든 제품의 포장제가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걱정도 된다.

플라스틱은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가열과 냉각을 거치면 어떤 형태든 만들 수 있는 마법의 물질이다. 종류도 다양한데 크게 열로 재가공이 가능한 열가소성플라스틱과 그렇지 않은 열경화성플라스틱로 나눈다.

기원전 1600년 경 멕시코와 중아아메리카 지역에서 천연고무를 사용해 공이나 작은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플라스틱의 원조인 셈이다. 1836년 독학으로 화학을 연구한 미국의 찰스 굿이어는 고무에 유황을 첨가해 굳게 만드는 가황의 원리를 발견해 플라스틱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플라스틱은 영국의 알렉산더 파커가 만든 셀룰로이드라고 한다. 1862년 런던 국제전시회에 제품을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재질에 비해 저렴할 뿐 아니라, 다양한 모형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가벼우면서 내구성까지 있어서이다. 특히 절연성으로 냉장고나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에는 최적이었다.

스타의 탄생으로 일상이 바뀌었다. 포장의 혁명으로 유통의 한계가 극복됐고, 위생적인 재질로 건강에도 기여했으니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0년 들어 플라스틱의 배신이라는 말이 나왔다. 플라스틱만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플라스틱을 연구해온 나탈리 공타르는 ‘플리스틱 세상’이라는 저서에서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석유에서 추출될 때부터 환경을 오염시킨다. 녹여서 재활용하면 할수록 품질은 낮아지고, 아무리 작게 분해돼도 썩지 않을 뿐 아니라, 나노 크기로 작아지면 공기에 싸여 우리의 호흡에 들어온다. 바다로 흘러간 미세 플라스틱은 생선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국제플라스틱협약 회의가 부산 벡스코에서 어제 끝났다. 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협약을 만들라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반해 산유국과 플라스틱 생산국인 사우리아라비아와 중국 등이 반대했다. 강력한 협약을 원하는 나라들은 1차 폴리머 생산량을 2025년 대비 2040년까지 40% 줄이자고 주장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적 이익과 편리 우선에 플라스틱의 역습이 점점 험악해져만 가서 걱정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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