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의 풍경과 정물을 담다

전북사생회 46회 회원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12월 01일 15시27분

△이성재의 균형

전북사생회가 3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전주향교 앞 갤리리 한옥서 46회 전북사생전을 갖는다.

한해를 결산하는 이 시점에 봄과 여름, 가을 동안 지역의 아름다운 산야를 누비며 완성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로 꾸려진다.

'아름다운 전북의 자연'을 주제로한 이 자리는 이문순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대자연의 품은 늘 아늑하다. 전북의 자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를 순환하면서 보잘 것 없으면서도 음침하고 탐욕스러운 인간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자신들만의 조화를 마음껏 펼쳐놓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색채에선 향연이 너무 맑아 때론 싱그러움으로, 때론 가슴 벅찬 그리움으로 다가선다.

수풀이 우거진 창 밖 풍경은 푸른색도, 녹색도 햇빛을 머금어 금새 터칠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오늘도 지리산과 섬진강, 동진강, 만경강 등 웅장하게 펼쳐진 녹음들과 듬성듬성 보이는 전라산천의 작은 마을들이 아스라히 펼쳐진다.

이성재는 '균형'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추상화와 비구상화를 넘나들어 그림을 관찰하듯, 바라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밝고 긍정적인 표현으로 다양한 색감을 사용했다. 다양한 혼합 재료를 마음껏 쓰되, 검은색과 붉은색의 균형으로 따사롭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익룡과 청룡이 하늘을 날고 있는 가운데 질그릇, 달 항아리, 그리고 호랑이 호(虎), 목숨 수(壽)자 등 갑골문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는 삶의 안정감과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에 다름 아니다. 진정한 균형을 추구한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장효순의 '백무동의 만추'는 폭포가 보이는 풍경이 드러나며, 고즈넉한 분위기의 겨울 풍경을 담은 모습은 대자연의 조화로움과 함께 천(天), 지(地), 인(人)의 길항 관계로 이어지며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조영철의 '정 담은 고향'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 눈길을 끈다.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제일 많이 보인다. 이문순의 '가을 향기', 이순옥의 '환희', 정정현의 '그들만의 대화', 지정희의 '빛. 바람. 꽃' , 황연의 '여행-선유도에서' 등이 바로 그것이다.

△황현의 여행-선유도

출품 작가들은 돌담을 따라 거닐으면서 날렵한 처마 곡선을 훑고 지나는 바람에 조심스레 울리는 풍경 소리가 귓전에 울리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자연과 사물이 변주하는 다양한 표정들이 사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갇혀 있는 내면의 미묘한 정서, 공해로 상처받은 도시의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 작가는 묵묵한 ‘사유의 긴 호흡’으로 대상을 그려내고 있는데 다름 아니다.

아련한 언덕 너머의 추억, 짙게 드러워진 겨울 밤, 황금빛 태양을 잔뜩 머금은 가을의 탑사 등 오롯이 솟구치는 세월의 파편들을 생각하면 잠시나마 치열하게 살고 있는 오늘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한다.

작가들은 그렇게 전라도의 향기와 신비로움을 간직한 고향의 본질을 캐고 있는 모습은 각종 풍광의 변형에 대한 안타까움과 본 모습으로의 회귀를 갈구하면서 은은하게 물결치는 미감과 함께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고 있다.

이문순, 이성재, 이순옥, 장효순, 정정현, 조영철, 지정희, 황연이 작품을 냈다.

조영철회장은 "평화로운 인간의 삶을 드넓은 화폭 위에 대자연의 변화무쌍한 모습과 인간의 모습들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드러나게 됐다"며 "시작도 끝도 없는 수레바퀴는 오늘도 어김없이 돌고 돌아 한 장의 수채화처럼 어느 새 계절은 새로운 색깔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 모임은 전주일요화가회(화우회)로 지난 1972년 3월 15일, 창단했다. 창단과 함께 하반영, 김용봉, 김낙선, 조완재, 문인표, 하상용 등이 작품을 낸 이래, 매년 작품전을 갖고 있다. 현재 회장은 조영철, 총무는 황연작가가 맡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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