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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시국선언 ‘이 날에 목놓아 우노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05일 15시41분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천만 동포여, 노예가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檀君)과 기자(箕子) 이래 4천년 국민 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의 일부로 시국선언의 원조격이다.

시일야방성대곡이란 “이 날에 목놓아 우노라”는 의미로 장지연이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장지연은 이 글에서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알리고 이토 히로부미와 이완용, 박제순 등 을사오적 친일파들을 규탄했다. 그러나 장지연은 1914년부터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논설문 730여 편을 게재하고 이들 중 대부분이 친일 성향이어서 도리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고 만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중대한 사회위기에 우려를 표하고 긴급한 조치를 촉구하는 선언을 통해 거꾸로 가는 역사를 되돌려 놓곤 했다.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난 직후인 4월 25일, 이승만 정권의 불법과 부정 선거, 독재에 항거해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다음날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를 했고 자유당 정권은 무너졌다.

촛불혁명 당시에도 박근혜 전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이 국정 전방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온 나라에서 시국선언과 함께 연일 박근혜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들불처럼 일어나면서 박근혜는 대통령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지난 며칠 대한민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맞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결의, 대통령 탄핵안 결의 등 초유의 사태로 인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국회의 탄핵안 결의 이전부터 이미 전국의 많은 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과 주교들, 종교인들이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에 나섰다.

실제로 지난 10월 14일 고려대 교수들에 이어 한국외대, 한양대, 고려대, 연세대, 서울대, 경북대, 충남대, 전주대, 경상국립대 등 전국 약 70개 대학에서 교수 4천여 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이어 전국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국교련)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4일 40개 대학의 교수회로 꾸려진 국교련은 이번 사태를 ‘중대한 범죄행위’로 판단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비상계엄 선포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교수에 이어 학생들의 시국선언 역시 대자보를 통해 확대되는 양상이다.

시일야방성대곡이 국권침탈의 위기에 처한 나라에 대한 민중들의 분노와 정의에 대한 열망을 대변했듯, 최근의 시국선언 역시 더 민주적이며 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호소이다. /오승옥(마을활동가·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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