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미래 농업을 말하다)인삼 종주국 자존심, 초격차 `K-흑삼' 개발

■미래농업을 말하다- 이영섭 농업연구사
세계인의 건강기능식품·의약품 원천기술 개발

기사 작성: 박상래 - 2024년 12월 09일 08시42분

홍삼은 우리나라 가공인삼의 대표주자로써, 일반적으로 인삼을 1~2회 찌고 말려 제조하며, 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에, 흑삼은 찌고 말리는 과정을 3회 이상 반복해 담흑갈색을 띠게 된다.

이처럼 찌고 말리는 횟수와 가공된 삼(蔘)이 가지는 색상은 다르지만, 관련 규정에서 ‘인삼을 찌고 말리는 것은 홍삼’이라 정의하고 있어 흑삼도 홍삼의 한 종류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찌고 말리는 과정을 최소 3회 이상 반복해야 홍삼의 진세노사이드 Rg1, Rb1과는 다른 Rg3, Rg5, Rk1 등의 유효성분을 일정 수준 이상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성분들로 인한 새로운 건강 기능성을 발굴할 수도 있다.

따라서 흑삼 제조에는 홍삼보다 제조원가가 더 높을 수밖에 없으며 흑삼으로 인삼 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기존 시장과의 차별화 전략이 필요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영섭 농업연구사는 수삼을 찌고 말리는 온도, 시간, 횟수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위해물질 발생을 차단하고 생산비용을 줄여 경제적이면서 품질과 안전성이 높은 흑삼 표준 제조방법을 개발했고 품질관리의 기준이 되는 흑삼 지표성분 함량을 설정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23년 ‘인삼산업법 시행규칙’ 개정령에 반영함으로써 흑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만들어 내 주목받았다.

인삼산업법상 인삼류(백삼, 홍삼) 제품의 검사는 진세노사이드 Rg1, Rb1 함량을 기준으로 고시하고 있으나, 흑삼은 기준이 전무해 품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흑삼 제조과정에서 생성되는 흑삼 특유의 성분으로 검사기준을 설정했고 흑삼을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표준 제조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흑삼을 제조하는 산업체가 벤조피렌 등 위해요소로부터 안전하게 흑삼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이 흑삼이 가지는 새로운 기능성을 밝히기 위한 노력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 흑삼 표준 제조방법으로 만든 흑삼의 우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알피바이오(산업체)가 3년간의 연구 끝에 인체적용시험을 거쳐 호흡기 건강 기능성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호흡기에 불편을 느끼는 10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각각 1일 0.5g의 흑삼 추출물과 위약(가짜 약)을 12주간 복용하게 한 뒤, 호흡기 건강과 삶의 질 관련 지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호흡기 관련 질환은 호흡기 내 만성 염증과 호흡기관 손상을 동반하며, 오래 방치하면 만성기침과 가래를 유발해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어 세인트조지 호흡기설문(SGRQ) 지표를 활용했다.

그 결과, 흑삼 추출물 섭취군은 대조군보다 △삶의 질 총점은 54.76%, △삶의 질 활동력 지수는 123.2% 향상됐으며 △체내염증 정도는 186.73%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삼의 효능을 익히 알고 있는 중국, 일본 등 국가에서도 인삼의 새로운 시장, ‘흑삼’의 표준 제조방법과 새로운 기능성을 선점하여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이 세계인의 K-흑삼으로 먼저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발한 표준 제조방법으로 국제표준을 획득하고 국내외 건강 기능성을 인정받아 ‘인삼 종주국’으로의 명성을 다시 확고히 하고자 한다.

머지않아 호흡기건강기능식품 국내 1호 원료로 인정받게 된다면, 앞으로 천연의약 소재로의 발전 가능성도 기대된다. 훗날 흑삼 제품의 소비가 활발해져 인삼 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인삼 농가가 다시 활짝 웃을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농진청 이영섭 농업연구사는 “우리나라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것이라도 제대로 다듬어야 가치가 있다는 의미로 철저한 과학적 근거와 정책적 기반이 존재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좋은 원료라 해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흑삼을 연구하는 동료들과 함께, 심도 있는 연구와 검증을 거쳐 흑삼으로 인삼 시장을 확대시키고, 인삼 농가가 다시 활짝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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