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침발걸음]인문학에 대한 경시,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12월 09일 14시13분

□ 올바른 가치관에 따른 윤리적 판단 부족

1998년이었다. 당시 노벨 경제학상은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인에게 돌아갔다. 그는 아마르티아 센 교수이다. 인도 출신으로 1933년생이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영국 캠브리지대학교에서 교수를 지냈다. 스웨덴 한림원은 “아마르티아 센 교수가 경제학의 윤리적 측면을 복권시켰다.”고 특별히 강조하며, 그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이처럼 경제학에서도 윤리적 측면을 강조한 논저(論著)가 노벨상을 얻었다. 근래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을 중시하여 오로지 실용적 가치만을 중시하였다. 그러나 한림원은 경제학의 윤리적 측면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경제학에서조차 윤리를 회복해야 하는 일이 절실해진 것이다. 돈 버는 일에도 윤리가 필요하다. 날카로운 칼이 대체 어떤 용도로 사용될 것인가를 생각지 않고 무조건 자꾸 예리한 칼을 만드는 일이 능사(能事)는 아니다.

□도덕불감증 초래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즈음 사람이 돈독에 들어 제자가 스승을 고발하고, 자식이 부모를 버리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특히 지식인들은 미국이나 우리나라 수재들이 윤리의식의 부족으로 사회의 재앙이 되고 있는 현실을 자주 비판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에는 머리 좋은 학생들이 몰린다. 그러나 많은 졸업생은 월스트리트에 진출해 윤리와는 관계 없는 기업사냥꾼으로 떼돈을 번다. 우리나라의 법과대학에도 수재들이 모인다. 그러나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합격한 졸업생의 상당수는 돈의 유혹에 빠져 법으로 포장한 비리에 물든다. 어떤 변호사는 “법조계 사람들은 발은 법을, 한 발은 불법을 딛고 서 있다.”고 고백한다. 오늘날 의사, 약사, 변호사, 검사, 판사, 교수, 학자들도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돈 버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물론, 무료 병원, 무료 변론, 무료 상담 등과 같은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전문가들도 상당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렇지 아니하다. 머리와 지식이 사회의 재앙이 되는 현실이 두렵다.

□감성적인 지성인이 필요한 시대

예전에는 기성세대들은 온종일 핸드폰에 매달리는 자녀들을 걱정했다. 이제는 기성세대도 핸드폰만 보고 산다. 전철에서 예전엔 신문이나 책을 보았다. 지금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모두 핸드폰만 본다. 우리에게 감성적인 요소가 퇴화되지 않을까 다소 걱정된다. 느낌, 사랑, 애정, 우정 이런 것들은 스킨쉽과 직접대화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 아무래도 채팅과 핸드폰 문자를 통해서 그것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것을 통해 우정과 사랑도 나눌 수도 있는 일이지만, 눈빛, 입김, 제스처, 표정 등을 감지할 수 없어서 사람들 상호간의 따스한 감성적인 정서를 공유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인문학의 중요성

이러한 저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인문학, 곧 역사학, 문학, 철학, 윤리학, 미학, 심리학 등에 대하여 갈수록 경시(輕視)하는 추세에 놓여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역사과목을 배제한다. 몇몇 대학을 제외하곤 사실상 수능시험 역사교과목 점수는 반영하지 않는다. 우리의 역사를 모르면 나라를 잃는다. 각 대학에서는 인문학 관련학과를 점차 없애거나 줄여 나간다. 인문학은 교수나 학생이나 설 자리가 없다.

오늘날의 사회악이라고 할 수 있는 물질 만능과 인명 경시, 예의범절 부재, 사제간의 냉소와 불신,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정부패 등을 척결할 수 있는 묘안은 없어 보인다.

지덕체(智德體)를 두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면, 인문학이나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술 분야에 대한 교육은 중요하다. 초중(初中)에서는 지금도 국어, 윤리, 도덕, 역사, 체육, 음악, 미술 과목을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고등학교에서는 역사를 가르치지 아니하고, 일부 대학의 경우 1990년대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기존에 필수과목으로 개설하던 국어, 국민윤리, 한국사, 문화사, 철학, 윤리학, 논리학, 사회학, 교련, 체육 등 과목을 각 대학에서 폐지하거나, 선택과목으로 바꾸어 버렸다.

미국의 유명한 증권회사 메릴린치(Merrill Lynch)는 수습사원 채용시 상경계 출신보다 인문사회계 출신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상경계 졸업생보다는 영문학, 사회학 등 인문사회 계열의 졸업생들이 오히려 근무 성적이 뛰어나고 우수한 실적을 올리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기업체에서도 전문지식인을 요구하기 보다는 “21세기에 맞는 인간적 품성을 지닌 감성적인 교양인”을 원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지식사회, 정보화시대, 첨단 산업시대일수록 인문학 분야에 대한 수요가 크며, 그에 대한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아침발걸음]인문학에 대한 경시,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늘의 길목]‘피크코리아(Peak Korea)’ 시대의 리더십

[사설]소비 쿠폰, 농협 하나로마트도 사용 가능해야

[온누리]디지털 시대, 눈 건강을 위협하는 청광(Blue light)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방법

[오늘과 내일]초 고령사회에서의 여성노인 요실금 예방과 치료

[사설]농촌 기본소득, 단순 재정지원돼서 안돼

[사설] 예술인 기본소득 도입해야

[최영숙 시]하냥하냥

[아침발걸음]주택담보대출 규제 효과성 있는가?

[사설]도내 대학 전략산업 맞춤형 인재양성 기대크다

[온누리]귀감(龜鑑)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전주남 로타리클럽 제39대 강신무 회장 취임

장수소방서, 119폭염 구급대 본격 운영

국가유산청·완주군의 국가유산활용사업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