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향약집성방, 1천여 병종 치료 예방법을 제시해 놓은 책 (자료출처: 국가유산청)
황희는 백성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의료복지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의약(醫藥)은 원래 백성의 질병을 구제하는 것으로 그 임무를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데 관의 의원들은 깊은 공부가 없고 겨우 글귀를 읽는 정도만 되면 차례로 승진이 되니 직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약을 만드는 일에도 게을러서 사람들이 증세에 따라 약을 제대로 먹을 수도 없고 약을 파는 수량도 적어서 이익은 날로 줄어가고 있었다.
그는 먼저 의원들의 태만을 고치고 실력이 없는 자는 물러나게 했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환자를 치료한 실적과 출사한 날짜를 참작해서 시험을 통해 승진할 수 있도록 징계와 포상을 확실히 했다.
특히 백성들의 질병 치료를 관장했던 제생원을 점검한 후, 문제점과 대책 마련에 관해 임금께 진언했다.
1439년(세종 21년) 4월 29일 “태조께서 제생원을 설치하고 노비를 붙여 준 것은 오로지 병인을 치료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근년에는 그 본뜻을 돌보지 않고 약재를 심어서 가꾸고 채취하는 것을 등한히 하고 그 노비를 관리의 수종으로 보냈습니다. 병인 치료에는 게으르고 마음을 두지 않으니 우리 태조께서의 좋은 법과 아름다운 뜻은 한갓 형식만 남게 되었습니다.”라면서 제생원의 문제점을 밝혔다.

의방유취, 동양 최대 의학 백과사전 (자료출처: 국가유산청)
그런 다음 “이제부터 수종들을 각처에 정해 보내지 못하게 하고 여러 가지 향약(鄕藥)을 모두 심어 키우고 산과 들에 저절로 나는 약재를 절기에 따라 채취하며 무릇 병인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모두 베풀어 주게 하십시오. 또 약재를 심고 가꾸는 것과 채취한 것이 많고 적음과 약을 쓰는 일에 부지런하고 게으른 것을 사헌부로 하여금 4개월마다 점검하게 하소서.”라며 대책을 세웠다.
제생원은 백성들의 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향약재의 수납과 보급, 부인들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녀를 양성하는 의학교육 및 편찬 사업도 맡았던 의료기관이다.
병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약재를 재배하고 관리하는 종들을 관리들이 개인 시종으로 써서 제생원의 본 취지에 어긋나고 치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종들을 제생원에 예속시켜 약재 재배와 관리,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약재 채취를 하게 하는 한편 정기적으로 실태를 감독하고 점검하면서 병자들이 불편함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황희는 살 곳을 잃고 빈털터리로 거지가 되어 떠돌아다니는 걸인들도 방관하지 않았다. 그들이 심문당하는 것을 꺼리고 민가를 피해 숲에서 노숙하거나 도둑이 되지 않도록 구제하기 위해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진제장(賑濟場)을 베푸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남의 물건을 몰래 훔쳐 탐하는 도둑들을 엄중히 처벌해서 부지런히 일하고 모은 백성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범죄예방에 나섰다.
그는 지은 죄와 증거가 명백한 죄인이라면 법률에 따라서 승복하지 않더라고 처벌을 바로 집행해서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고 도둑질하는 것이 이득보다 손해가 더 많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절도를 방지했다.
한편 재범률을 막기 위한 방책도 내놓았다. 1433년(세종 15년) 11월 5일 “현재 사전의 범죄를 통산(通算)하여 삼범(三犯)을 저지른 자는 경기(京畿) 밖으로 내쫓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역에서 다음 역으로 거치면서 무지한 역리들이 압송과 경비를 잘하지 않기 때문에 도주해 버리고 비록 귀양지에 갔더라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도주하고 있으니 비록 쫓아 보내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라면서 현황을 알렸다.
그러면서 “근년에 도둑의 추세를 자세히 살펴보니 죄인의 형을 결행하고 석방한 뒤에 도로 절도질하는 자는 수십 인에 불과합니다. 이 무리가 만약 다시 재법 하거든 그의 처자와 함께 자은(慈恩 전남 신안군 지역)·암태(巖泰)·진도(珍島)와 같은 바다 섬에 사람을 전담시켜 압송하게 하고, 그곳 수령이 수시로 단속하여 엄중히 감시하고 출입 못 하게 하소서. 바다의 고도(孤島)에 강제 이주시키는 것이 비록 처벌이 지나치게 무거운 것 같지만 그들을 놓아두어 삼범을 저지르고 사형을 받게 만드는 것보다는 좋은 땅에 이주시켜 밭 갈아 납세하고 저 스스로 노력해 먹으면서 타고난 수명대로 살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 비록 도로 다시 도망해 나온다고 하더라도 바다를 건너 지나오기의 어려움은 육로에 견줄 바가 아니며, 처자 때문에 얽매지어서 쉽게 도망해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사람이 쉽게 따라가 체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라며 재범 방지책을 내놓았다.
도둑의 재범률을 막고 구제하기 위해 다시 도둑질한다면 그의 가족들과 함께 섬으로 강제 이주시켜 평생 나올 수 없도록 감시하자는 것이다. 당시에는 삼범을 저지르면 사형한다는 법이 있었다. 처벌이 무겁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먹고살 노력을 하게 하고 수명대로 살게 하는 것이 삼범을 저질러 사형당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재범률을 막기 위한 정책들은 오늘날에도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범죄 피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재범률은 출소자의 3년 이내 재복역률로 가늠할 수 있다. 2002년 교도소를 출소한 3만 869명 중에서 24.3%가 3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교정시설에 수용되었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22% 안팎 수준을 유지해 오다가 2019년 26.6%까지 높아졌다가 2020년 이후 조금 낮아져 2022년 23.8%이다.

조선시대 재범자들을 이주시켰던 신안군 지역 (자료출처: 신안군청)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교정기관 출소자, 보호 처분자를 대상으로 숙식 제공부터 직업훈련, 취업 지원, 주거지원과 사회성 향상 교육 등 사후관리를 통해 출소자들의 사회복귀를 돕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법무부와 국토교통부의 업무협약으로 시작된 주거지원 사업은 큰 성과를 거두어 주거지원을 받은 출소자의 재범률이 8배 가까이 낮다는 통계가 나왔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재범률을 막기 위한 가장 큰 해결책은 자립도를 키워주고 가정을 이루고 살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