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약관(弱冠)과 망백(望百)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26일 14시24분

21세 학생부터 91세 학생까지 정원외 산업체 위탁 성인 학습자를 지도하고 있는 지기 이야기이다. 한창 젊은 약관(弱冠)부터 백을 바라보는 망백(望百)으로 할아버지와 손자가 세대를 초월하여 같은 공간에서 학문한다. 혹자는 91세가 어떻게 공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의구심은 기우(杞憂)이다.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을 다니고 있어 학문과 대학이라고 하는 공간의 가치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고 한다.

대학 학기는 ‘우당탕탕’ 시작되는 수강 신청이다. 수강신청 문제로 전화가 오는 한분 한분에게 조교 대신 수강 신청 로그인부터 설명하고 힘들면 연구실로 직접 오시게 하여 도와드린다. 직장을 다니는 재직자 반으로 대학 관계자 간의 관점 차이로 인해 야간 대면 수업을 고수하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힘들게 야간 대면 수업을 진행한 차이가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산업체 위탁 성인 학습자는 누구보다 대학 생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입학한다. 90년대 대학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대학가의 풍경을 알 것이다. 동아리 모집 홍보, 개강 모임, MT, 야유회, 종강 모임, 중간고사 끝나고 모임, 기말고사 끝나고 모임, 사이사이 모임, 졸업식 등 대학 다니면서 모임이 없었던 날이 거의 없던 것 같다. 대학엔 정이 있었다. 학생들과 함께 바닷가로 MT, 골프 동아리, 지자체 시니어 댄스 경연대회 나가서 대상 수상, 방학인데도 자격증 수업 개설과 국제세미나 논문발표 등 이 모든 것을 학생과 함께 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길이지만 현재 대학에서는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

요즘 대학 졸업식에서 학생에게 마음을 담은 자필 편지를 받아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싶다.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면서 기다리는 학생이 몇 명이 있을까? 동시대 교단에 서 있는 나에게도 반조(反照)의 시간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수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찾아오고 있다. 입시자원이 부족한 대학에 정말 귀한 학생이다. 몇 년 전에 나도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지도 학생으로 배정받았다. 처음 대면에 이름을 부르니 “네”가 아니고 “응”이였다. 봄날 대학로에 가서 떡볶이도 먹고 예쁜 원피스를 한 벌 사줬더니 면담할 때 그 원피스를 예쁘게 입고 왔다. 그 학생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박사를 수료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지나고 따뜻한 봄날이 온다. 대학의 3월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학은 형태나 학생 구성원에 따라 추구하는 연구, 교육, 봉사 가치의 순서는 변화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기본은 학생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김자옥(원광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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