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의 ‘모정(茅亭)'은 '모정(母情)'이다

송화섭박사, 고창읍 송암마을 천룡당산제와 모정 등 14곳 소개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10일 14시37분

모정과 두레는 호남우도 지역 농경문화의 특징이다. 조선 후기 이앙법 확산이 호남우도평야로 전이되면서 김매기 노동력인 두레를 태동시켰고, 두레는 여름철 뙤약볕에서 호미질 김매기의 휴식 공간으로 모정을 세웠고, 두레풍장이 농악을 만들어냈다.

송화섭 박사의 '호남문화권의 모정문화와 장원례 술멕이' 는 전북 14곳의 모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편집자주

고창읍 송암마을 천룡 당산제와 모정, 남원시 대강면 평촌마을의 마을풍수 및 당산제와 모정, 군산시 대야면 탑동마을의 들소리와 모정문화,정읍시 산외면 정량리 원정양 줄다리기 당산굿과 모정, 진안군 원평지마을 두레문화와 마을 모정, 전주시 삼천동 계룡리 합굿놀이와 모정문화, 정읍시 입암면 신월마을 모정과 당산제, 고창군 고수면 상평리 신평마을 모정과 당산제, 남원시 금지면 입암리 목청계의 두레 활동과 모정, 순창군 복흥면 동산리 당산제와 모정의 문화, 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정월 보름 농기세배, 임실군 임실읍 연화실의 당산나무와 모정 , 순창군 금과면 매우리 들소리문화, 고창군 흥덕면 송암리 모정과 당산제 등 14곳을 소개했다.

고창군 흥덕면 송암리 송암(松岩)은 종송(種松)의 송자와 용암(龍岩)의 암자를 따 해석을 달았다. 용암 서 쪽에 산줄기가 두 줄기로 갈라져 있는 버래등, 바우배기 남쪽에 외따로 동그랗게 솟아 있는 동뫼가 있고, 종송 동남쪽에 사망골, 사망골과 용암 사이에 산지기가 살았다는 산직골 등의 골짜기가 있다.

마다리(馬橋) 남쪽 산등성이 아래에 등들, 종송 서남쪽 들 가운데 큰 바위가 박혀 있는 바우배기, 종송 서쪽에 예전 소나무가 울창했던 송곡(松谷) 등 높지 않는 야산들이 들판의 지세를 갗추었다. 용암 옆에 비가 와야 물이 고이는 개방죽이 있고, 용암 뒤에 예전 대나무 숲이 있었던 대시암(죽정)이라는 샘이 있었다. 종송과 용 암 사이 송암리에서 가장 큰 송암제(松岩堤), 야동 앞에 야동제(冶洞堤)라는 못이 있다.

송암리는 방장산에서 흩뿌려진 듯한 작은 지맥이 서해로 향하여 이어 오다가 줄포만 앞에서 멈춰버린 마을이다.

송암리에서 방장산을 바라보면, 작은 지맥들이 매봉에 머무른다. 송암의 매봉은 주변의 낮은 구릉과 기름진 평야를 아우르고 있다. 송암은 매봉과 그 아래 반월산에서 나는 물이 동출서류하는 형국이다. 울창한 소나무숲인 송산(松山)은 종송리의 배산이다. 종송리의 좌향은 동남향 또는 남향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마을의 임수는 송암제이다.

송암제를 중심으로 오른편에 안산과 둥글재(둥구치), 왼편의 매봉이 마을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송암의 주요 촌락은 종송리이다. 종송리는 제내촌, 부귀촌, 불무골, 서낭당으로 구성된다. 송암의 주변에는 뒷산인 송산과 안산 및 둥글재가 자리한다.

불무골의 지명은 야동(冶洞)이다. 불무골은 불무질(풀무질)하는 대장간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농촌에는 농사짓는데 필요한 농기구를 만드는 곳이 있어야 한다.

야동은 대장간 동네라는 뜻이고, 불무골은 풀무질하는 대장간이 있었다는 표기다. 이 야동에 1790년대 여양 진씨가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야동에는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고총이 분포하고 있으며, 고대 유물의 산포지로서 오래전부터 야철과 관련하는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마을 주민들은 옛날에 서낭당 근처에서 가마솥의 쇠조각들이 많이 수습된 적이 있었으며, 쇠솥을 때우는 야장들이 이곳에서 마을을 이룬 것으로 보고 있다.

노거수는 송암 제방에 위치한다. 송암마을의 당산은 송암제 제방의 버드나무와 소나무다. 버드나무는 수령이 217년 정도 되었다.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송암제를 쌓으면서 버드나무 있는 곳까지 연결해 수리 제방을 쌓았다.

수령이 오래되어 나뭇가지들이 옆으로 늘어져 있지만, 소나무는 위로 곧게 자라고 있는 상태다. 송암리에서도 다른 마을처럼 정월 보름이 다가오면 농악대가 걸립굿을 친다. 걸립굿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안택굿을 쳐주는데, 걸립한 돈과 쌀을 정월 보름(음1.15.) 에 당산제를 지내는 데 제수 비용으로 사용한다.

정월 보름날 아침에 마을 주민들이 볏짚 다발을 들고 마을 중앙에 있는 광장으로 모여든다. 마을 안길에서 줄다리기에서 사용할 줄을 만들기 시작한다. 볏짚 줄은 줄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길게 만드는 것인데, 길이 30미터 정도의 줄 두 개를 만든다. 두 개는 고가 장식된 암줄과 수줄이다. 송암리 줄다리기는 고싸움형 줄다리기이다. 고싸움 은 수줄고를 암줄고에 끼워 넣고 비녀목을 가로질러 넣은 후에 양쪽에서 서로 잡아당 기는 방식이다.

주민들이 줄을 만들고 있는 사이에 농악대는 할머니당산과 할아버지당 산에 가서 당산굿을 치는데, 당산 안쪽에 위치한 모정에서도 당산굿을 친다. 모정을 당 산굿의 대상으로 삼는 사례는 드물다. 모정은 신체가 아니고 입석이나 당산나무가 없는데도 송암마을에서는 모정 당산굿을 친다.

당산굿과 줄 제작이 끝나면 마을 부녀자 들이 준비한 음식으로 마을회관에서 점심 식사를 한다. 점심 식사 후에는 남녀 주민들이 당산돌기를 한다. 여자들은 암줄을 들고 남자 들은 수줄을 들고 당산돌기를 한다. 마을에서 당산할머니, 당산할아버지까지 한 바퀴 로 돌고 돌아오면 마을 안길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마을 부녀자들은 암줄을 잡고 남자 들은 수줄을 잡고 줄당기기를 한다.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여자 편에 참여해 줄을 당긴다. 승부는 3전 2승제로 한다. 그러나 여자가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속신으로 항상 여자 편이 이긴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마을 주민들은 암줄과 수줄을 들고 당산나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당산나무에 줄감기를 한다. 할머니당산에 먼저 암줄을 감은 후에 수줄을 할아버지당산나무에 감는다. 당산나무에 줄감기가 끝나면 할머니당산 앞에 제사상을 차려 놓고 풍농 기원 제사를 지낸다. 결과적으로 송암마을의 정월 보름의 줄다리기는 풍농 기원 의례임을 알 수 있다. 송암마을의 줄다리기는 정읍 고창 지역 마을에서 전승해 오는 전통 줄다리기와 사뭇 다르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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