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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를 꿈꾼다

[책 마주보기] E. 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하채현)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25일 14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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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의 대단히 문학적인 통찰에서 나는 문학자의 소심함을 계속 질책해야 했다. 그동안 경제를 몰라도 문학 속에서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슈마허를 읽은 후에야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통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큰 관점으로 보고 큰 관점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나 자신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흔한 말로, 문학적 관점과 경제적 관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슈마허에 따르면, 경제적 의미를 따지는 것은 속물근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공동체를 영위한다는 다른 의미이다. 이를 슈마허는 ‘영속성’이라고 짧게 말했다. 그리고 지속되기 위한 지혜를 키우기 위하여 우리는 탐욕을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기계화는 경제력이 점점 더 집중되고 환경이 점점 더 파괴되는 상황을 동반하는 것이므로, 진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지혜에 대한 하나의 부정이다. 지혜는 과학과 기술에 대해 유기적인 것, 부드러운 것, 비폭력적인 것,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을 향해 새롭게 나아가기를 요구한다. 흔히 말해지듯이, 평화는 분할 불가능한(indivisible) 것이다. (p.46)'

슈마허는 ‘이러한 특성으로부터 비폭력이 생겨나고, 영속성이 보장되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출현한다’(p.46)고 말했다. 이러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간디, 헉슬리, 코어 교수를 독해하여 다양한 증거로 삼았는데, 이와 같은 통찰은 모든 것에 통하는 것 같다. 작은 것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AI시대라서 더 숙고할 만하다. AI는 우리에게 분할 불가능한 평화를 선사하고 있는가? 앞으로 평화를 줄 것인가? 피케티 지수가 급상승한 세계 경제, 자본주의 괴물과 맞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선, 나는 슈마허의 통찰에서 내 전공 분야를 빗대어 보았다.

'●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값이 싸며, ● 소규모 이용에 적합하고, ● 인간의 창조적 욕구에 부합될 수 있는 것.(p.47)'

이 세 가지 특성은 작은 지역 사회를 의미하며, 인간이 인간 본연의 자유를 누릴 가장 적절한 상황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까? 슈마허는 작고 아름다운 것, 농업형 마을공동체에서 답을 찾고 있다. 거대 도시가 아니고 말이다. 마을공동체 관련하여 농업과 공업에 대한 슈마허의 관점은 이제야 사람들에게 조금씩 인식되고 있는 듯하다.

'현실 생활은, 꼭 필요하지만 서로 대립되는 두 요소의 양립 불가능성이 빚어내는 긴장으로 구성되며 죽음이 없으면 삶이 의미 없듯이 산업이 없으면 농업도 의미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변함없는 진실은 농업이 기본이고 산업은 부차적인 것이라는 점인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은 산업이 없더라도 살 수 있지만 농업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문명 생활은 이 두 원칙 사이의 균형을 요구하며, 사람들이 농업과 산업의 본질적인 차이-삶과 죽음만큼이나 큰 차이-를 깨닫지 못하고 농업을 단순히 또 다른 산업으로 취급하게 되었을 때, 이 균형은 필연적으로 파괴된다. (pp. 142-143)'

슈마허가 내 현실 생활을 이렇게 정리해 주어서 참 고맙다. 농업은 다른 산업이 아니라 농업이다. 균형은 이 명제로부터 가능하다. AI시대에 읽어야 할 고전이다. 꼭 읽어 보기 바란다.



하채현 작가는



생태에세이 수수에게 들키다 저자

인문도시센터 연구원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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