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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성역의 벽을 넘어: 법조계·의료계·종교계, 시민 의 힘으로 개혁하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0월 30일 14시28분

우리는 살면서 사회의 병, 육체의 병, 영혼의 병으로부터 직접·간접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사회의 병은 법학이, 육체의 병은 의학이, 영혼의 병은 종교 또는 신학이 담당하고 있다.

첫째, 사회의 병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재화(財貨: 유형적인 물질적 가치와 무형적인 사랑 등 인간의 모든 욕망이 투영된 유·무형적인 가치 포함)는 한정돼 있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투쟁의 산물로 인한 것이다. 이러한 무한 욕망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규약인 ‘공동체 법’을 만들어 생명과 재산 등을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용을 위한 경찰, 검사, 판사 등 법률전문가집단이 법조인이다. 둘째, 육체의 병은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죽을 때까지 각종의 질병 등에 시달리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 육체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들이 의료인이다. 셋째, 인간의 생로병사, 영생과 불멸, 구원 등의 인간존재의 근원적 의문에 해답을 찾기 위한 매개자로서의 성직자가 종교인이다.

우리 사회의 3대 전문가집단인 법조계, 의료계, 종교계는 시민이 넘볼 수 없는 ‘성역(聖域)’으로 군림해왔다. 경찰과 검사, 판사는 유무죄를 판단하며 생사여탈의 권한으로, 의사는 인간의 육체병을 다루며 생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의술로써, 성직자는 구원과 영생, 윤회를 설파하는 매개자로서 각각의 분야에서 ‘절대적 권위’를 행사하며 높임받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만의 일방적 성역화는 끊임없는 부조리와 병폐를 안고 있다.

최근들어 이러한 공고하던 ‘성역’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떨어지고 크게 흔들리고 있다.

법조계의 검사는 검찰권 오남용으로 인한 검찰청 폐지 등 드센 검찰개혁, 판사는 초코파이절도사건에 대한 벌금 5만원 선고, 버스기사 커피 800원 유죄판결, 이재명사건의 전원합의체판결을 둘러싼 대법원의 정치영역에의 참여로 촉발된 사법불신, 지귀연판사의 구속취소결정, 75평의 대법관사무실 등 특권의식과 권력남용에 대한 국민의 극한적 실망과 불신으로 외부로부터의 개혁의 대상이 되어 있다.

의사들은 윤석열의 잘못된 무모한 의대생 정원 확대를 둘러싼 마찰로 애꿎은 환자와 그 가족들만 생명을 잃고 고통을 당하게 되자 일부 시민들로부터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밥그릇지키기’라는 비난도 받고, ‘생명윤리’를 강조하지만 병원 수익과 제약회사와의 이해관계가 환자의 생명과 고통보다 우선한 비리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종교계 또한 ‘구원, 사랑과 자비’를 설교하면서도 일부 교회의 대물림세습, 재정비리, 성폭행 등을 둘러싼 구조적 부정과 갈등이 반복된다. 통일교· 신천지·전광훈·손현보 등 정치권력과의 세속화된 결탁, JMS정명석·만민교회이재록·허경영 등 성폭행, 김장환·이영훈목사 등 순직 채상병사건에서의 임성근사단장 구명로비의혹 등은 정통교단이든 사이비·이단이든 종교계의 사악암을 보여준다.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유죄·무죄를 판가름하며 검찰은 중립성과 판사들은 사법부 독립을, 의사들은 생명과 죽음을 다룬다면서, 종교인들은 종교의 자유 등을 빌미로 그들의 안존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특권의식에 사로 잡혀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유한자(有限者)인 인간이지만 절대자의 무한(無限)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그 성역의 벽이 두텁고 높았던 것이다. 그들의 부조리와 병폐에 대한 질타에는 탄압이라고 변명 위장하고, 스스로가 자신들의 집단을 감시하고 평가하겠다는 “자기통제전략(self regulation strategy)”을 구사하는 간교함을 갖고 있다.

이제 시민의 힘으로 그들의 폐쇄적 ‘성역의 벽’을 넘어 ‘시민의 감시’로 ‘공익과 공공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특수한 전문성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정치와 경제권력에 유착 공생하는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감시받아야 한다. 법은 사회정의를, 의학은 생명을, 종교는 사랑과 자비를 위한 것이어야지, 사익추구와 권력의 수단과 방패가 되어서는 안된다. 성역은 절대자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공공 영역이어야 한다. 성역의 벽을 허물고, ‘함께 하는 신뢰의 투명사회’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 개혁의 시작이다. /송광섭(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법학박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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