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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GPU와 젠슨 황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1월 02일 16시58분

지난 주말 경주에서 에이팩(APEC)이 열렸다.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로 참여 주체는 20개 나라와 특별행정구인 홍콩 등 21개 경제권이다. 국가가 아닌 경제권인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경제 대국 중국을 배제할 수도 없기에 고육지책으로 경제권에 자격을 부여한 것이다.

국가들의 정상회의와 부처 간 협의는 물론, 기업인들이 초대받아 상호 협력의 장을 열어가는 점도 이 기구의 특징이다. 중요 의제가 경제협력인 만큼 세계적 경영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입국하자마자 삼성의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과 치맥 파티로 시선을 끌었다.

그러면서 한국에 큰 선물을 안길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막상 그가 푼 보따리는 GPU 블랙웰 26만 장을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하면 자기 회사의 제품을 한국에 팔겠다는 것인데 이게 무슨 선물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알고 보면 아이러니하다.

젝슨 황이 팔겠다는 GPU는 우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만든 고대역 메모리 반도체(HBM)가 핵심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산한 HBM으로 제작된 그래픽카드를 우리에게 팔겠다는 것이 선물의 실체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블랙웰 그래픽카드 단가가 우리 돈 5,000만 원이 넘는다.

초기 컴퓨터의 그래픽카드는 중앙처리장치인 CPU의 연산 결과를 그림이나 글자 신호로 변환하여 모니터에 출력하는 어댑터였다. 컴퓨터의 기능이 확대돼 멀티미디어 콘텐츠인 게임이 주목을 받으면서 CPU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워 이를 보조할 3D 그래픽 연산 프로세서인 GPU 개발돼 탑재되기 시작했다.

GPU라는 용어는 1999년 엔비디아가 ‘지포스’라는 그래픽 컨트롤러 칩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사용됐다. GPU를 장착한 컴퓨터는 게임을 입체감과 속도감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귀한 대우를 받게 된 건 AI의 확대에 있다. AI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기에 GPU가 절대적이다.

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GPU는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물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자산이다. 그래서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비우호적 국가에는 팔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GPU 5만 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가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비난받은 바 있다.

그러니 젠슨 황이 공급하겠다는 26만 장은 큰 선물 보따리이다. 이는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관세 협상과 더불어 한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부러운 것은 자기 제품을 제값에 팔면서도 선물이라고 주장하는 태도이다. 우리도 이런 기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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