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초불확실성 시대, 부모의 사랑이 마지막 나침반이다.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1월 10일 15시52분

“요즘은 열심히 키워도 불안해요.” 부모들의 이 한마디에 지금 시대의 단면이 담겨 있습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정작 우리 아이에게 맞는 답은 없습니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관계는 점점 더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지금 초뷰카(超VUCA)시대, 즉 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모호성에 더해 인공지능의 확산과 기후위기, 가치 혼란이 겹쳐진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제 부모의 질문도 달라져야 합니다.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어떻게 함께 성장할까?”를 물어야 할 때입니다. 교육학은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부모교육은 자녀가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돕는 ‘관계의 교육학’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부모교육이 훈육과 생활지도를 중심으로 했다면, 지금은 관계와 정서, 그리고 성장을 중심에 둡니다. 부모는 ‘지시자’가 아니라 ‘동반자’, ‘훈육자’가 아니라 ‘코치’로서 자녀의 내면을 세워야 합니다. “잘 따르는 아이”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일어서는 아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은 “정체성은 관계 속에서 자란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세상과 마주할 용기는 ‘사랑받고 있다’라는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스탠퍼드대 캐럴 드웩 교수는 “성장은 능력이 아니라 믿음”이라고 했습니다. “이번엔 잘 안 됐지만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어.” 이 한마디가 아이의 실패를 배움의 재료로 바꿉니다. 긍정심리학자 셀리그만은 “감사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이기는 정서적 근육”이라 강조합니다. 감사의 언어를 쓰는 가정일수록 아이는 세상을 위협이 아닌 배움의 장으로 바라봅니다.

초뷰카(超VUCA)시대를 살아가는 부모에게는 네 가지 힘이 필요합니다. 먼저, 자녀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감정 코칭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실패 속에서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필요합니다. 셋째,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비판적 사고력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긍정 정서를 잃지 않는 감사의 힘이야말로 부모와 자녀 모두를 단단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 됩니다. 이러한 힘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지만, 일상 속 작은 대화와 공감의 순간에서 천천히 자라납니다.

교육의 본질은 결국 ‘함께 성장하는 관계’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 포옹 한 번이 아이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됩니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부모의 사랑과 공감이 자녀에게 가장 확실한 나침반이 됩니다.

/최미나(교육학 박사/전주대학교 교육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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