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재발견]전북특별자치도, 예산 10조 시대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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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 부처 및 소속 기관 업무보고’가 연일 화제다. 유튜브 생중계 영상의 조회수는 수십만 회를 넘기고, 일부 시민들은 “넷플릭스보다 흥미진진하다”라고까지 말한다. 단순한 관심을 넘어, 이번 업무보고가 공직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번 업무보고의 핵심은 공개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처럼 준비된 보고서를 읽고 끝나는 형식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민생 현안을 짚고 장관들에게 즉답을 요구한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문제, 의료 공백 해소 방안 등 국민 삶과 직결된 사안 앞에서 형식은 사라지고 책임만 남았다.

나아가 이번 업무보고의 본질은 형식의 변화가 아니라 행정 철학의 전환이다. 대통령은 “공무원의 1시간은 국민 5,200만 명의 1시간과 같다”고 강조하며, 허위 보고나 문제 은폐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경고했다. 행정의 기준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설명했는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는가’로 옮기겠다는 선언이다.

비공개로 진행되던 업무보고를 전면 공개한 결정은 정책 결정의 블랙박스를 제거했다. 어떤 판단을 근거로 정책이 수립되고, 예산이 어디에 우선 배정되는지가 실시간으로 드러난다. 국민은 더 이상 결과만 통보받는 존재가 아니라, 정책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평가하는 국정의 감시자이자 파트너가 됐다. 이는 민주주의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중앙정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방정부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 공개된 국정의 흐름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북도는 국정과제 반영과 국가 예산 확보를 강조하며 발 빠른 대응을 주문해 왔다. 실제로 정부의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에서 전북은 특별자치도 권역으로 포함됐고, 지역 AI 혁신 추진, 새만금 RE100 산단 조성,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전북과 직결된 정책 언급도 이어졌다. 정책의 문은 분명 열려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선언 이후의 실행이다. 최근 행정사무감사와 2026년도 예산안 심의를 통해 확인한 도정의 현실은 기대만큼 단단하지 않았다. 전북도는 내년도 국가 예산 10조 원 확보를 성과로 내세웠지만, 그 예산이 도가 제시한 9대 아젠다와 74개 핵심사업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뒷받침하는지는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비전과 예산 사이의 연결 고리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비전은 선언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예산이라는 언어로 번역돼 도민의 삶에 닿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중요한 것은 숫자의 총량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떤 방향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다. 예산이 정책의 결과물이 아니라 정책의 설계도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의 도정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

특히 지금 국가는 기후·에너지 전환을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RE100과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환경 담론이 아니라 지역 산업의 경쟁력과 생존이 걸린 문제다. 전북 역시 이를 미래 전략으로 제시해 왔지만, 예산과 조직이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지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정책을 단순히 ‘따라가는 행정’만으로는 전북의 기회가 되기 어렵다. 전북의 여건과 강점을 반영한 ‘전북형 에너지 전환 모델’을 스스로 설계하고, 이를 예산과 조직에 구조화해야 한다.

현재 도정에는 사업을 발굴하는 기능은 있으나, 이를 단계별로 관리하고 예산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체계는 부족하다. 도민은 74개 핵심사업이 지금 어느 단계에 있으며, 왜 이만큼의 예산이 필요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행정의 설명 책임이자, 신뢰의 출발점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비전은 말이 아니라 예산과 조직에서 증명돼야 한다. 화려한 수사보다 정교한 설계로, 거창한 총액보다 투명한 예산 흐름으로 도민의 신뢰에 답해야 할 때다. 공개된 국정의 시대, 전북도 더 이상 준비 없는 낙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전북특별자치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 한정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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