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사설-군산시의회 도청파문, 배후도 캐야

기사 작성: edit01 기자 - 2011년 08월 19일 19시29분

사설-군산시의회 도청파문, 배후도 캐야

군산시의회 도청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 도청을 지시했다고 지목된 의회 사무국장이 그만두었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시장과 의장도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단체는 의회에 대한 집행부의 도청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라는 입장이다. 맞는 말이다. 과문한지 모르지만 지난 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래 공무원들에 의한 의회의 도청은 금시초문이다.

일부 공무원들이 의원들과 마찰을 빚어 말실수를 하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것 같은 일은 종종 있었지만 비공개회의를 도청했다니 듣는 이 처음이요, 믿기질 않는다.

의원들의 비공개회의를 엿들은 행위를 단순히 어떤 내용을 논의하는지 하는 사적 궁금증이 라고 쉽게 여길 수도 있다. 논의 내용이 거창한 기밀을 다루는 일이 아니니 일종의 해프닝으로 치부하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의원들의 비공개 회의를 도청한 것은 의회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실제로 당시 상황을 보면 의원들의 발언을 엿들어 집행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거나 강경발언을 한 의원들을 골라 회유하려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의원들의 발언을 입막음하려거나 회유하려 했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의사국장 사퇴로 덮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번 도청이 도대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는지를 밝혀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도청은 단순히 의원들의 발언이 궁금해서 빚어진 게 아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농후하다. 도청내용을 녹취록으로 작성해 의장과 시장에게 보고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의회 동향을 관례적으로 수집하고 보고했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면 더욱 큰 문제다.

보고를 받았다는 것은 사전에 이를 알았을 개연성이 크다. 직접 도청을 지시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최소한 암묵적으로 묵인했다는 뜻이다. 그도 아니라면 녹취록을 보고받고 신속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취했어야 옳다.

한데도 의사국장의 사퇴로 책임을 다했다고 여기는 눈치다. 의회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에 대한 일벌 백계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의회를 가볍게 여기고, 의회주의를 부정하려는 태도는 주민을 우습게보고 가볍게 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번 사안의 배후를 철저히 가리고 엄벌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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