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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영화 ‘기생충’ 속 상징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0년 02월 12일 13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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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쳤다. 연일 촉각을 곤두세우던 소식이 기생충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영화 ‘기생충’은 9일 제92회 아카데미상에서 작품, 감독, 각본,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나라 말이 전 세계에 전파되었다는 사실이다.

영화가 성공하자 영화 속 구체적 장면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정이 미술 가정교사 자리를 노리며 초인종을 누르기 직전에 부른 노래의 리듬은 ‘독도는 우리땅’이다. 단 6초에 불과한 이 노래가 최근 해외 인터넷을 강타한 유명 ‘밈(Meme·유머 콘텐츠)’이 되기도 했다.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의 ‘나의 사랑하는 이여(Mio caro bene)’도 회자되고 있다. 이 노래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하와 극단적 대비를 이루며 지상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다. ‘짜파구리’ 요리법은 유튜브에서 11개 언어로 소개되고 있다. 영화의 60%를 촬영했다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도 화제다. 너도나도 축제 분위기다. 영화는 상업유통의 메카가 된 지 오래다. 이 영화가 휩쓴 상의 소용돌이에 갇혀 정작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놓치고 있다. 작년에 개봉되었을 당시 찬반이 엇갈렸다. 누군가는 자녀들을 데리고 보지 못할 영화라고까지 했다. 무엇이 우리를 불편하게 했을까. 영화는 등장인물 기우가 말했듯이 몇 가지 ‘상징’으로 읽힌다. 대표적인 상징이 ‘돌’, ‘물’, ‘냄새’다. 기우의 친구 민혁은 수석을 선물한다. 재운을 가져다줄 이 돌이 자꾸 자신한테 달라붙는다고 기우가 말한다. 결국 수석은 숨어 살던 근세가 기우를 내리치는 도구로 사용하고 만다. 냄새는 역겹고 경멸스러움을 상징한다. 가족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 없게 한다. 아무리 해도 빠지지 않는 가난의 냄새다. 자신만 살려고 도망가려는 박사장한테 기택이 칼을 꽂게 되는 순간도 바로 냄새 때문이다. 그가 죽어가는 사람에게 나는 피비린내에 코를 잡으며 차 열쇠만 손에 잡으려 했을 때, 충동적으로 사건이 저질러진 것이다. 물은 영화 곳곳에서 등장한다. 반지하 집 창문 위에 방뇨하는 자에게 끼얹는 물바가지, 범람한 물로 인해 침수당해 엉망인 집, 쏟아지는 비에도 안전한 아이의 미제텐트. 한편, 기우의 아버지 기택은 홍수로 인한 대피소에서 아들에게 말한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노 프랜. 계획대로 하면 반드시 계획대로 안 되거든. 계획이 없으니까 안될 일도 없고 사람을 죽이건 나라를 팔아먹건 다 상관없다 이 말이지. 알겠어?” 아이러니하게도 기우는 지하로 숨은 아버지한테 이제 획기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말한다. 오로지 돈을 버는 계획, 그리하여 햇살 좋은 그 집을 사는 계획. 영화 속 정교한 페이크(가짜) 바로크 음악처럼 우리는 그 계획이 가짜라는 것을 짐작한다.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오브제는 같다. 선풍기 덮개에 궁색하게 매달린 양말이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맨발을 내디딜 것인가. 지하에 갇힌 인간성이 모르스 부호로 구조 요청을 해오고 있다. 이 영화는 물신주의에 매몰된 우리의 이성에 찬물을 와락 끼얹고 있다. /박정혜(심상 시치료 센터장·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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